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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갑니다. 2주 동안. 다녀오는 동안 부디 다들 별일 없기를.
소설 쓰는 후배뇬이 난데없이 파주영어마을에서 알바를 시작했다기에, 얼굴이나 볼겸 슬렁슬렁 파주영어마을이라는 곳엘 갔다. 영어마을이라는 곳이 전국에 몇 개 있고, 그나마 파주에 있는 곳이 규모도 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만 얼핏 들었을 뿐, 당췌 어떻게 생겨먹인 곳인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는데(알고 싶지도 않았는데)...도착하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참으로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영국의 '스톤헨지'를 본뜬 것으로 짐작되는 거대한 고인돌(그러나 스치로폼인 것이 너무나도 잘 보여서...'안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구나, 하고 처음 느꼈 ;;)이 자리한 정문에서부터 허걱- 소리 나오더니,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정말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보몽 쉬르 우아즈를 보고 달려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 sur Oise). 빈센트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을 지냈던 곳으로 잘 알려진 마을이다. 파리에서 기차 타고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 오베르 쉬르 우아즈 기차역 지하보도. 어머나 예뻐라. 감탄이 절로 나왔던 지하보도. 해바라기와 오베르 교회, 그림 그리는 빈센트 반 고흐까지... 마을 곳곳에 이런 표시들을 해두었다. 고흐 그림 속 건물과 실제 건물의 비교. 오베르 시청이었던가. 고흐가 머물던 다락방은 이 건물 안에 있다. 지금은 고흐 기념관 겸 술집? 기념관 뒷마당. 와인병들. 고흐의 방. 작고 초라하고 쓸쓸해서 더욱 마음에 오래 남은 의자.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 / 2009년 6월 / PENTAX K100D)
세 번째 프랑스행이었던 2009년. 드디어 파리를 벗어나 다른 동네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 봐야 멀리는 못 가고 파리에서 기차로 한 시간 안팎의 작은 마을들. 베르사유를 봤으니, 그래 이제 고흐를 만나러 가자! 각오 단단히 하고 나섰다. 고흐가 마지막 숨을 거두었던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로. 어라? 그런데 기차 시간! 고흐 보러 가려면 파리 북역(Gare du Nord)에서 기차를 타고 페르상 보몽(Persan Beaumont) 역에서 내린 뒤 오베르 쉬르 우아즈 역 가는 기차를 갈아 타야 하는데, 그 갈아타는 시간까지 몇 시간이나 남아버린 것. 어쩔까 하다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페르상 보몽 역 근처의 마을을 하릴없이 돌아보기로 했다. 물론 몰랐다. 그 마..
가끔씩 내 현재 시간과 공간이 실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울도, 전주도, 대한민국 그 어느 곳도 딱 맞는 내 공간 내 시간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한창 일을 하고 있다가도, 바삐 거리를 걷다가도, 누군가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그 '어긋남'의 느낌은 난데없이 찾아오곤 한다. 마치 한참 동안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럴 때면 멍하게 둘러보며 '여기가 어디지? 난 왜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하고 스스로에게 묻곤 하는데, 그 물음 뒤에 따르는 대답은 늘 똑같다. '여기가 아닌데, 지금이 아닌데...' 이런 상태를 무어라 설명하면 좋을까. 단순한 멍때림을 넘어 신나게 시간여행 하다 우주의 시간축이 뒤틀려 돌아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 내려버린..
먼저 간 아들이 남긴 부탁을 지키며 이 땅 모든 노동하는 자들의 손과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이, 이소선 어머니의 명복을 빕니다.
타이완을 세 번 갔는데, 공교롭게도 세 번 다 출장이었다. 한 번은 가오슝 출장, 한 번은 유럽 출장 중 타이베이 경유, 또 한 번은 타이베이 출장. 다행히 그 출장들이 모두 '여행'이 주가 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많이 보고, 다니고, 먹고, 즐길 수가 있었고, 타이완은 그래서 내게 참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뿌리가 같다지만 중국 본토보다 덜 번잡스럽고 훨씬 덜 그악스러운 느낌? 미식 천국 가오슝에서의 어마어마한 맛기행 덕에 1주일만에 3kg이 불기도 했고 타이베이에서는 예약한 숙소 이름을 잘못 알아서 택시 타고 밤거리를 헤매기도 했지만 한 번도 이 나라 별로라거나, 위험하다거나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라가 작다 보니 웬만큼 먼 여행지도 2, 3시간 안에 움직일 수 있고 물가 싸고 음식 맛..
누군가가 그러던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베르사유 궁에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웬 개코같은 소리야- 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화장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화장실의 개념이 달랐던 것이 아닐까. 지금이야 집안에 떡하니 들어앉은 화장실, 내가 눈 똥오줌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아까운 수돗물로 흘려보내는 수세식 변기가 전부인 듯 싶지만, 옛날 우리네 뒷간(측간)은 '자연' 그 속에 있지 않았던가. 정원 곳곳 똥무더기가 넘쳐 하이힐이 발달했다는 베르사유 궁이야말로 서양식 '자연 화장실'의 실천 사례가 아닐까 싶기도. 여하튼, 말로만 듣던 베르사유 궁의 감상은 첫째, 기대했던 것보다는 '궁' 건물 자체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 그리고 소박한 건물에 비해 나름 화려했던 내부와 엄청난 규모의 정원?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