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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헝가리 여행] 수줍게 남은 사회주의의 따뜻함, 그리운 부다페스트 본문

딴나라유람/헝가리(2006)

[헝가리 여행] 수줍게 남은 사회주의의 따뜻함, 그리운 부다페스트

네루다 2011. 7. 9. 00:25

어디서 공짜 비행기표라도 뚝 떨어지지 않는 한, 아니 설령 그렇다 해도
연말까지는 꼼짝 없이 책상 앞에 묶여 있어야 하므로, 올해는 못 갈 것이 분명한,
그리하여 더욱 가고 싶은, 유럽.
2006년에 처음 발도장 찍은 뒤 2008년, 2009년 잇따라 기회만 닿으면 쪼르르 달려갔다.
밥을 굶는 한이 있어도, 땡빚을 내서라도, 1년에 한 번은 꼭 가야지- 맘먹었는데, 벌써 2년을 건너 뛰다니. 흑.
유럽, 그까이 게 뭔데? 라고 묻는다면, 그냥 좋다고 할 수밖에.
낡고 고즈넉한 도시 위로 흐르는 공기가, 유유자적하면서도 눈빛 생생한 사람들의 아우라가, 
아무 도로에서나 무단횡단하는 사람을 당연하게 기다릴 줄 아는 자동차가,
고색창연한 유물 유적과 곳곳에 널린 음악이, 조각이, 예술이.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건 건물이다. 100년은 가볍게 넘긴, 낡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들.  
로마의 건축도 멋지고 파리의 건물도 예쁘지만, 아직 스페인을 보지 못한 내게
최고의 건축물은 바로 헝가리 부다페스트. 사회주의는 버렸다지만, 도시 곳곳에 남은
수줍고 따뜻한 인간미로 더욱 그리운 곳.  

<경외로운 웅장함이란 이런 것-헝가리 영웅광장>

평소 거부감 가득 했던 '영웅'이라는 말이 이토록 웅장하게 들어맞는 경우라니.
헝가리 건국, 헝가리 민족들의 고난사와 아무런 관계 없는 한낱 여행자임에도
왠지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 한참을 광장에서 서성거렸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 건국 1000년 기념 영웅 광장. 

<세체니 강가에 자리한, 자연보다 아름다운 인공물-헝가리 국회의사당>

내가 찍었지만 볼 때마다 헉- 하고 놀라게 되는 헝가리 국회의사당 사진 ;;;;;
여름, 가을, 겨울의 유럽을 경험했지만(다음 유럽은 꼭 봄에 가야겠구나)
10월의 유럽이야말로 여행 하기 가장 좋은 날씨라는 확신을 품게 됐다. 특히 참으로 아름다운 하늘!


<이토록 아름다운 탈것의 집이란-부다페스트 오페라 지하철역>

한 도시의 아름다움이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낡고 오래 된 지하철역을 보며 깨닫다. 

<신이 깃들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성 이슈트반 성당>

 

장엄하고 또 장엄하더라. 꼭대기 탑 위에서 바라본 부다페스트 시내 전경의 아름다움 또한.

<부다페스트로 마실 들어가는 관문, 부다페스트 동역>

많은 사람들이 기차에서 내리고 기차를 타고 마중을 나오고 배웅을 한다.
헤어짐도 꽤 운치 있을 듯, 이 역에서라면.


<부다페스트의 아경>

프라하의 아경? 홍콩의 야경? 부다페스트 앞에서는 그냥 잠자코 있어주길.   

첫 번째 유럽 여행의 첫 번째 도시. 첫 경험의 놀라운 기억들

(2006년 10월 / 헝가리 부다페스트 / PENTAX K100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