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여행지가 있다. 마음에 품은 지는 오래 되었으나 이상하게 가게 되지 않는 곳. 제일 맛있는 건 마지막까지 아껴두듯이 미루고 미루게 되는 여행지.
내게 그런 여행지가 둘 있었는데 유럽에서는 스페인, 동남아에서는 하롱베이였다. 스페인 테이프를 먼저 끊고 나니 하롱베이도 갈 때 됐다 싶지 뭔가. 그래서 갔다. 1년 전에. 지금 생각하니 참 천만다행이네.
하롱베이의 느낌은 한 마디로 수묵 담채화에 들어갔다 나온, 신선이 된 기분. 그립네, 하롱베이.

 


(하롱베이 / 2019년 12월 / 아이폰XR)

하노이 명소 중 한 곳인 성 요셉 성당. 베트남어로는 나 토 론(Nha Tho Lon)이라고.

* 이 성당은 1886년에 세워졌으며 사각 탑, 정교한 제단,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하다. 입구에 성모상이 있다. 현재는 성당 주변으로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 부띠끄들이 모여 있어 프랑스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출처 : 다음 백과)

하노이 여행의 중심 호안끼엠 호수에서 가까운 곳에 자리한 성 요셉 성당. 왁자지껄 시끌벅적 오색찬란 하노이 시내와 안 어울릴 듯 어울리며 굳건히 서있다.

 

성당 주변에 많은 카페와 맛집이 있어 젊은이들 오가는 명소다. 어쩐지 닮았더라니, 파리 노트르 담 성당을 모방했다고.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도 많음.

 

기념사진도 찍고

 

유럽 성당의 웅장함에는 살짝 미치지 못하지만 도시의 상징으로는 충분하다.

(성 요셉 성당 / 2019년 12월 / 아이폰XR)

하노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베트남 국립미술관. 볼거리가 너무 많아 몇 시간도 모자랐다.

베트남 국립미술관 :
프랑스 식민지 시기 당시 공보부 청사로서 현대 작가의 그림, 조각, 칠기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호찌민시 미술관에 이어 두번째 규모다.
박물관에 전시된 20세기 미술품 상당 부분은 침략을 방어했던 베트남의 민속 설화와 관련이 있다. 컬렉션으로 순교, 애국심, 군사전략 및 침략의 극복을 테마로 그리고 있다.
이 박물관은 추상화와 추상적 인상주의를 탐구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포함하여 20세기 후반과 21세기 초반의 작은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개인주의 예술가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베트남 국립 미술관은 응우옌 타이혹 거리 66번지에 위치해 있다. 건물 자체가 지어진 것은 1937년이지만, 한때는 버려진 카톨릭 소녀들의 하숙집으로 사용되다가 1963년 화가 응우옌 도꿍이 이곳을 미술관으로 선택했다. (출처 : 위키백과)

국립 미술관 전경. 한때 버려진 가톨릭 소녀들의 하숙집으로 쓰였다고.

본관 1층에는 베트남과 주변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고대 미술품이 전시돼 있는데, 하나 하나가 다 마음을 잡아 끌어 1층에서만 두어 시간 보낸 것 같다.

좋다.

좋아!

어? 이거랑 비슷한 게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말이죠.

마음에 쏙 들었던 조각. 저 부드럽고 은은한 미소 좀 봐. ㅠㅠ

코끼리 봐. 얘네 웃고 있어. 엉엉.

야는 정체가 뭣이다냐…

베트남도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음을 알게 해주는 천수관음상.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네. ><

함께 누워 있고 싶던 와불. 표정이 어찌 이리 평화로울꼬.

(베트남 국립미술관 / 2019년 12월 / 아이폰XR)

하노이에서 드디서 먹은 반미.
처음이니 좀 유명한 데 가보자 싶어 한국에 많이 알려진 반미집 <반미25>에 갔는데,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꽉 들어찬 손님들.

건너편 본점에서 주문하고 길 건너 맞은편 식당에 앉으면 주문한 음식 가져다주는 식으로 운영하더군.
제일 많이 팔리는 치킨 어쩌고를 시켰다. 닭고기는 언제 어디서든 실패하기 힘든 음식이니.

자그마한 식당 안.

자리에 앉아 기다리면 예쁜 종이 포장지에 싼 반미를 가져다준다. 포장지 마음에 들어!

바게뜨 속 굵게 선 각종 채소들. 언뜻 보면 투박하고 소박한 모양새.

수박 주스도 한 잔. 동남아에 왔으니 1일1수박 주스는 기본이쥬.

반미와 수박주스, 세상에 둘도 없는 완벽한 조합!

별것 안 들었는데, 왜 이리 맛있는 거죠? 왜죠? 닭고기와 채소들의 아름다운 조화. 바게뜨도 적당히 부드러워 씹히는 맛이 좋구먼요.
베트남 여행자들이 왜 그리 반미 반미 노래 부르는지 이제야 알았... 반미는 역시 양키 고 홈. (응?)

(하노이 반미25 / 2019년 12월 / 아이폰XR)



패키지 여행의 맹점.

통일궁도 못가보고 벤탄시장도 못가보고 시내도 마음껏 못봤...ㅜㅜ

전쟁박물관과 퇴근길 오토바이 행렬이 가장 기억에 남는군.

 

 

전쟁박물관.

 

 

견학 온 중딩(?)들.

 

 

액자 속 부서진 카메라.

 

 

갈기갈기 찢긴...어머니. ㅜㅜ

 

 

호치민 시내.

 

 

퇴근길에 만난 호치민 사람들.

 

 

으악!!

 

 

말로만 듣던, 베트남의 어마무시한 오토바이 행렬! @@

 

 

야시장에서 먹은 반쎄오. 아삭아삭 씹히는 숙주가 맛나는 베트남식 부침개. 또 먹고 싶어! ><

 

 

열대과일의 여왕 망고스틴.

 

 

열대과일의 왕 두리안! (똥냄새 ;;)

 

 

노트르담 성당에서 간절히 기도하는 아주머니.

 

 

 

멋들어진 중앙우체국.

 

 

호치민 시 인민위원회 청사.

 

 

호 아저씨. 밤이라 무섭게 나왔 ㅜㅜ

 

(베트남 호치민 / 2011년 5월 / PENTAX K-x)

 

 

 

 

 

 

 아시아나에서 메일이 왔는데, 다낭에 취항한단다. 다낭, 베트남 종주하게 되면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던 곳 중 하나.
 아, 베트남. 새삼 그립다. 말 나온김에 7월에 다녀온 여행 사진이나 마저 올리세.
 3박4일 동안 구찌, 미토, 붕따우, 호치민을 보고 매일밤 술을 마시고, 그러다 넘어져 발목을 다치고(돌아와 한 달 넘게 침 맞으러 ㅜㅜ)
 그러고 또 사람들과 밤새 술 마시고 웃고 떠들고...지금 또 그러라면 도저히 못 그럴 것 같은, 에너지 대방출 여행.

 

구찌 가는 길에 잠시 내려 둘러본 고무농장. 처음 보는 광경! 빼곡히 자리 잡은 고무나무들.
고무나무가 이처럼 키 크게 쭉쭉 자란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

고무 수액 받는 통. 그야말로 천연 고무 상태. 저거 씹으면 껌 아닐까나. 고무 산지인 동남아시아에서도 알아준다는 베트남 고무.
그래서! 라텍스 매트리스를 사고야 말았다. 그것도 두 개나! ㅜㅜ

하나는 내가 쓰고 하나는 욱에게 선물. 천연고무 탱탱해 잘 때 허리가 편한 듯도 하고.  

그리고 구찌. 함정. 이외에도 고문 도구들이랄지, 각종 함정들이 더 있었으나 전쟁의 끔찍한 흔적들을 보는 것이 불편해서 패스.

은신처 입구. 수많은 동굴 속에 마을도 있고 병원도 있고 학교도 있었다지. 그저 혀를 내두를밖에.   

남자 게릴라.

여자 게릴라.

미군 탱크.

양놈(!)들과 탱크. 저들이 만약 미국 사람들이라면, '세계 깡패 미국'이 온갖 포탄과 무기를 때려붓고도 속수무책 질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전쟁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 부끄러움, 참회 뭐 그런 걸 기대하는 건 과욕일까? 

베트남 마. 고구마보다는 덜 달고 무보다는 부드러운 맛.

돌의자.

미토 선착장. 여기서 큰 배를 타고 가다 내려서 나룻배로 갈아탄다.
황토강이라 색깔이 탁할뿐, 절대 더러운 물이 아니라네.

논(베트남 전통 고깔 모자)도 하나씩 쓰고 마주보며 달리는 나룻배들.

서양인들 중에 꼭 있다. 카메라 피하지 않고 이렇게 브이자 그리며 당당히 사진 찍히는 사람.

강은 하나고, 도로처럼 차선이 있을 리 없으니 배들이 엉켜 교통체증이 일어나기도.

하늘은 푸르고 야자수는 진녹색으로 반짝이고 햇살은 뜨겁고 나는 행복하고. 

나 또한 누군가의 사진 속에 저렇게 불쑥 담겨있을까. 

아이들. 사진 찍히는 행위에 대해 개념이 없어 대충 손도 올려보고 시선도 아무렇게나 둔다. 브이자 그리는 척하면서 얼굴도 긁고.

코코팜이란다. 어릴 때 참 좋아하던 깡통 음료수. 말로만 들었지 실제로 처음 보네. 아직도 귀에 남는 김건모의 노랫소리-
"코코팜 너와 함께 있어~ 부드러운" 어쩌고 저쩌고.

배에서 내리니 점심이 준비돼 있는데, 뜨헉. 저 물고기. 

물고기 튀김 잔해. 맛은 그럭저럭.

미토의 강과 하늘.

(베트남 구찌-미토 / 2011년 7월 / PENTAX K-x)

못된 심리가 있다. 진짜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은 못가고(서태지가 그랬지), 무지하게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잘 못본다(김래원이 그렇고). 이유는 대충 두 가지. 표면적으로야 '너무 좋아 기절이라도 하게 될까봐'서라지만 실제로는 '행여라도 실망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손발 오그라드는 실수와 민망함까지도 꿀꺽 삼켜줄 수 있는 팬심이 아직은 부족해서겠지. 이러거나 저러거나, 정말 좋아하는 것은 차마 흠이 갈까 좋아한단 내색도 잘 못 하고 큰 소리도 못 내는, 그런 조마조마함이 있다. 어쩌면 그 조마조마함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오래 갈 수 있을지도.
여행지에도 서태지와 김래원이 있다. 무척 오래 전부터 가고 싶어 몸살 앓으면서도, 막상 갈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든 미루고야 마는 곳 두 군데. 유럽에선 스페인,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파리를 3번이나 가는 동안 어떻게 스페인을 빼놓을 수가 있지?' 싶어 울컥 하다가도 '그래, 아직은 스페인을 만날 때가 아닌 게지.'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기를 여러 번. 가게 되면, '순례자의 길'부터 시작하기로 마음 굳게 먹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 또한 남들 잘 안 가는 대만을 3번 가고(가려고 맘먹고 간 것은 아니지만) 태국 2번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등 웬만한 동남아시아를 훑는 동안 용케도 쏙쏙 비껴갔다. 몇 해 전부터 일생의 숙원 하나로 품고 있는 것이 바로 베트남 종단 여행. 남북으로 기나긴 베트남을 남에서 북으로 죽 훑고 오르는 것. 호치민-냐짱-므이네-달랏-다낭-호이안-훼-하노이-하롱베이-사파 등등. 종단에는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맛배기나마 베트남을 만나기로 급 결정했다. 이름하여 3박4일 베트남남부 패키지 여행.
패키지여행이라 하면 화들짝 손사래부터 치는 이들이 있는데, 여러 여행을 두루 해본 경험에 따르면, 패키지도 무턱대고 나쁘지만은 않다. 특히 4, 5일 안팎의 짧은 일정으로 한두 도시 다녀오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패키지가 여러모로 싸게 먹히고 편한 것은 사실. 베트남 종단여행에 앞서 살짝 맛본 베트남은, 섣부르게 말하자면 무척 좋았다. 물론 혼자서 부딪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관광버스 창너머로 보이는 피상적인 풍경,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혼자 배낭 메고 만나는 베트남이, 경험자들 말처럼 얼마나 뒤통수를 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픈 마음뿐. 소박한 자연과 거스르지 않는 아름다움, 맛있는 음식, 나른하고 느슨한 분위기 등등.

붕따우 바닷가에 늘어선 자잘한 기념품 포장마차
동남아 바닷가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조개껍질 풍경이지만, 나라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다. 베트남 기념품들은 종류나 화려함에도
아무래도 관광 1번지인 태국보다 많이 소박한 편인 듯.

붕따우 바닷가의 명물 해산물 포장마차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갓 구워낸 싱싱한 해산물에 곁들여 먹는 사이공 맥주 맛은 그야말로 일품.

두아 해변의 거대 예수상
붕따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30미터짜리 조형물. 예수상 어깨 위는 붕따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안타깝게도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으면 올라갈 수 없는 터라, 원피스 입고 올랐다 코앞에서 전망대의 풍경을 놓치다.
베트남과 예수라, 웬지 뜬금없어 보이지만 프랑스 식민 시절 100년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조합.

예수상 언저리 난간에 새긴 베트남어 낙서들
"누구랑 누구 언제 왔다 갔지롱." 세계 어디든 이름 새겨 넣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가 싶어 슬몃 웃음이.

붕따우 네판사[涅槃寺]
색감이 어여뻐서. 바다가 삶의 전부인 마을답게, 풍어와 뱃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절이라고. 얼핏 보기에는
절인지 모르고 지나칠만큼 어여쁘고 아기자기한 건물.

2층으로 된 독특한 구조의 네판사 절집
가만 보면 보살상도 있고 용도 있고 별 거 별 거 다 있다. 도교, 불교, 민간신앙이 합쳐진 듯한 모습. 참으로 정성스러우면서도 참으로
조악하기 그지없는. 그러나 이 정성스러운 조악함이야말로 모든 '믿음'의 참모습이 아닐까.

네판사 12미터 와불
1층 본당에 자리한 12미터의 와불.

티우 별장
통일 전 남부 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 '티우'의 별장

티우 별장 안에서 바라본 붕따우 바다. 가장 전망 좋은 자리. 하여간 있는 것들이란.

티우 별장 정원에 핀 연꽃. 열대의 묘한 색감, 묘한 색기.

붕따우 씨클로 기사.
비 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운전하는 늙은 씨클로 기사. 이럴 때 '공정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은 저가 여행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가난한 여행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결론은 한 번이라도 더 타주는 것.

 

(2011년 7월 / 베트남 붕따우 / PENTAX 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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