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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베트남 여행] 드디어 첫 발을 딛은 베트남 3박4일-휴양 도시 붕따우 본문

딴나라유람/베트남(2011,2019)

[베트남 여행] 드디어 첫 발을 딛은 베트남 3박4일-휴양 도시 붕따우

네루다 2011. 7. 20. 22:33

못된 심리가 있다. 진짜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은 못가고(서태지가 그랬지), 무지하게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작품은 잘 못본다(김래원이 그렇고). 이유는 대충 두 가지. 표면적으로야 '너무 좋아 기절이라도 하게 될까봐'서라지만 실제로는 '행여라도 실망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다. 손발 오그라드는 실수와 민망함까지도 꿀꺽 삼켜줄 수 있는 팬심이 아직은 부족해서겠지. 이러거나 저러거나, 정말 좋아하는 것은 차마 흠이 갈까 좋아한단 내색도 잘 못 하고 큰 소리도 못 내는, 그런 조마조마함이 있다. 어쩌면 그 조마조마함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이 더 오래 갈 수 있을지도.
여행지에도 서태지와 김래원이 있다. 무척 오래 전부터 가고 싶어 몸살 앓으면서도, 막상 갈 기회가 생기면 어떻게든 미루고야 마는 곳 두 군데. 유럽에선 스페인,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파리를 3번이나 가는 동안 어떻게 스페인을 빼놓을 수가 있지?' 싶어 울컥 하다가도 '그래, 아직은 스페인을 만날 때가 아닌 게지.'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기를 여러 번. 가게 되면, '순례자의 길'부터 시작하기로 마음 굳게 먹고 있는 중이다.
베트남 또한 남들 잘 안 가는 대만을 3번 가고(가려고 맘먹고 간 것은 아니지만) 태국 2번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등 웬만한 동남아시아를 훑는 동안 용케도 쏙쏙 비껴갔다. 몇 해 전부터 일생의 숙원 하나로 품고 있는 것이 바로 베트남 종단 여행. 남북으로 기나긴 베트남을 남에서 북으로 죽 훑고 오르는 것. 호치민-냐짱-므이네-달랏-다낭-호이안-훼-하노이-하롱베이-사파 등등. 종단에는 최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맛배기나마 베트남을 만나기로 급 결정했다. 이름하여 3박4일 베트남남부 패키지 여행.
패키지여행이라 하면 화들짝 손사래부터 치는 이들이 있는데, 여러 여행을 두루 해본 경험에 따르면, 패키지도 무턱대고 나쁘지만은 않다. 특히 4, 5일 안팎의 짧은 일정으로 한두 도시 다녀오는 동남아시아의 경우 패키지가 여러모로 싸게 먹히고 편한 것은 사실. 베트남 종단여행에 앞서 살짝 맛본 베트남은, 섣부르게 말하자면 무척 좋았다. 물론 혼자서 부딪쳐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관광버스 창너머로 보이는 피상적인 풍경, 느낌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혼자 배낭 메고 만나는 베트남이, 경험자들 말처럼 얼마나 뒤통수를 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좋은 느낌을 간직하고픈 마음뿐. 소박한 자연과 거스르지 않는 아름다움, 맛있는 음식, 나른하고 느슨한 분위기 등등.

붕따우 바닷가에 늘어선 자잘한 기념품 포장마차
동남아 바닷가에서 늘 만날 수 있는 조개껍질 풍경이지만, 나라마다 조금씩 특색이 있다. 베트남 기념품들은 종류나 화려함에도
아무래도 관광 1번지인 태국보다 많이 소박한 편인 듯.

붕따우 바닷가의 명물 해산물 포장마차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를 음악 삼아 갓 구워낸 싱싱한 해산물에 곁들여 먹는 사이공 맥주 맛은 그야말로 일품.

두아 해변의 거대 예수상
붕따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30미터짜리 조형물. 예수상 어깨 위는 붕따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안타깝게도 짧은 바지나
치마를 입으면 올라갈 수 없는 터라, 원피스 입고 올랐다 코앞에서 전망대의 풍경을 놓치다.
베트남과 예수라, 웬지 뜬금없어 보이지만 프랑스 식민 시절 100년을 생각하면 수긍이 가는 조합.

예수상 언저리 난간에 새긴 베트남어 낙서들
"누구랑 누구 언제 왔다 갔지롱." 세계 어디든 이름 새겨 넣고 싶은 마음은 똑같은가 싶어 슬몃 웃음이.

붕따우 네판사[涅槃寺]
색감이 어여뻐서. 바다가 삶의 전부인 마을답게, 풍어와 뱃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는 절이라고. 얼핏 보기에는
절인지 모르고 지나칠만큼 어여쁘고 아기자기한 건물.

2층으로 된 독특한 구조의 네판사 절집
가만 보면 보살상도 있고 용도 있고 별 거 별 거 다 있다. 도교, 불교, 민간신앙이 합쳐진 듯한 모습. 참으로 정성스러우면서도 참으로
조악하기 그지없는. 그러나 이 정성스러운 조악함이야말로 모든 '믿음'의 참모습이 아닐까.

네판사 12미터 와불
1층 본당에 자리한 12미터의 와불.

티우 별장
통일 전 남부 베트남의 마지막 대통령 '티우'의 별장

티우 별장 안에서 바라본 붕따우 바다. 가장 전망 좋은 자리. 하여간 있는 것들이란.

티우 별장 정원에 핀 연꽃. 열대의 묘한 색감, 묘한 색기.

붕따우 씨클로 기사.
비 오는 거리를 우산도 없이 운전하는 늙은 씨클로 기사. 이럴 때 '공정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은 저가 여행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가난한 여행자'의 고민은 깊어진다. 결론은 한 번이라도 더 타주는 것.

 

(2011년 7월 / 베트남 붕따우 / PENTAX K-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