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전주 맛집] 육덕 자매들과 함께 한 전주 여행 본문

먹고마시기/술

[전주 맛집] 육덕 자매들과 함께 한 전주 여행

네루다 2016. 1. 25. 23:19

대학 선후배로 만나 18년~20년째 이어오고 있는 징한 인연들.
동아리방에서 합평하다 울며 뛰쳐나가고, 자취방에서 술 퍼마시다 죽일 년 살릴 년 싸우고는 다시 상종 안 할 듯 씩씩대놓고
다음 날 또 서로 바보처럼 헤헤거리며 쪽쪽 빨아대는, 빨아대면서 한 편으로는 모질게 후벼파는,
지가 후벼파놓고 또 그 상처에 다독다독 침 발라주는, 상당히 변태스러운 관계들이랄까...

2013년 7월, 내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집들이를 빌미로 미리 모여 놀았는데, 간만에 한데 뭉쳐 노니 너무들 재밌는 게 아닌가.
"이럴 게 아니라 아예 우리 정기적으로 모여 놀까?" 해서 급 노는 모임 결성.
여섯 명의 덕 있는 여자들, 이름하여 '육덕' 되시겠다. 이름처럼 참으로 육덕진 모임.
2년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각자의 집에서 돌아가며 1박2일로 '내일이 없는 것처럼' 밤새 먹고 마시고 수다 떨며 2년을 보냈네.
이날만큼은 남편도 애도 다 잊고 대학 시절 얘기, 옛 남자들 얘기, 문학 얘기, 정치 얘기, 온갖 뜬소문과 뒷담화로 썰을 풀고
케케묵은 감정의 찌끄레기들까지 탈탈 털고 뒤집으며 밤을 새워 살풀이하듯 놀았다.


자매 없이 자라 언니나 여동생 있는 사람이 세상 부러웠던 내게 이들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랄밖에.
밥을 달라면 밥을 주고, 돈을 달라면 돈을 주고, 장기를 하나 떼달라고 해도 줄 수 있는 것 같은 소중한 친구, 동생들.
여자한테 늙어서 꼭 필요한 두 가지가 친구와 딸이라더니,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더라는. (딸만 낳으면 된다!)
나이 먹을수록, 남자는 그저 몸 맞고 눈 맞는 한때고 -_- 맘 맞고 뜻 맞는 여성 동지들이 최고라는 생각이 새록새록.


이제 집에서 노는 것도 시들해지고, 갓난쟁이도 얼추 컸으니 밖으로 좀 돌자 해서 처음 떠난 여행.
첫 번째는 내 고향 전주 먹방 여행. 삼천동 막걸리, 조점례 피순대, 현대옥 콩나물국밥, 남부시장 야시장을
갓 스물처럼 천진하게 눈을 빛내며, 몸서리치도록 까르르거리며, 폭설 내린 전주 바닥을 휩쓸었다.

자매들! 우리 앞으로도 오래오래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자꾸나. 여행도 많이 다니고!




(전주 용진집 / 2016년 1월 / 후배 찐의 아이폰6plus-술 드시던 아자씨가 찍어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