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방사능에 고통받을 일본 사람들보다 먼저, '앞으로 해산물 못 먹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타고난 입맛 탓이다. 엄마 뱃속에 있던 아홉 달 동안, 군산 앞바다에서 잡힌 홍어와 여타의 해산물들로 몸을 키운 탓이다. 고기는 안 먹어도 살 수 있지만, 안 먹는 것이 여러 모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완전한 채식가로 살 수 없는 것은 순전히 바다에서 나는 것들 때문이다. 홍어를 필두로 오징어 낙지 문어 게 해삼 멍게 개불 새우 소라 전복 미더덕 바지락 대합 꼴뚜기 쭈꾸미 홍어 가오리 옥돔 조기 갈치 명태, 들 때문이다. 써놓고 보니 좋아하는(실은 환장하는) 해산물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 새삼 놀랍다. 안 좋아하는 것도 있냐고? 물론 있다. 고등어 삼치 참치 연어 장어 정도. 써놓고 보니 공통점은 대개 덩치 크고 비리고 육고기 비슷한 맛이라는 것.
어쨌든 바다가 망가진다는 것은 내가 먹고 살 게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라, 북극의 눈물만큼 바다 환경에 관심이 간다. 일본 방사능 생각은, 그래서 되도록 안 하고 있다는 말이 맞겠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너무 후덜덜해서, 아무것도 못하지 싶어서다.
두 달 전 홍대 근처에서 먹었던 골뱅이. 머리털 나고 처음 보고, 처음 먹었다. 이렇게 껍질까지 완벽한 통골뱅이를, 그야말로 푹 삶아내는 요리라니. 들척지근한 양념에 소면이 뒤덮은 '골뱅이 무침'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안주라 생각해왔는데, 이 집에서 이 통골뱅이들을 만난 뒤 골뱅이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저 둥그렇고 통통하고 매끄러운 자태라니. 사랑스럽지 않은가.
(2011년 4월 / 원조 청량리 골뱅이 / LG 옵티머스 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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