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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전주 맛집] 그래도 남는 게 있으니까 장사를 할 테지, 서신동 <옛촌> 본문

먹고마시기/술

[전주 맛집] 그래도 남는 게 있으니까 장사를 할 테지, 서신동 <옛촌>

네루다 2011. 4. 2. 22:13

전주 서신동 옛촌막걸리

몇 해만에 다시 찾은 옛촌. 비록 지금은 떠나 있지만 스무 해 가까이 전주에서 살았던 사람이라 하기 무색하도록 집과 터미널 말고는 아는 데가 없고, 오히려 인터넷을 뒤져보고야 '아 전주에 이런 곳이 있었군. 저런 곳도 있었군.' 하는 주제인지라, '다녀본 술집'이라곤 겨우 두어군데 뿐. 그 중 하나가 바로 서신동 막걸리집 '옛촌'. 

두 번째로 찾은 옛촌은 그새 맞은편에 '늦장사용 분점'을 냈고, 옛촌 분점은 밤 10시면 버스도 끊기고 별들도 잠이 드는 조용한 도시 전주답지 않게 새벽 3시까지 장사를 했다.
막걸리 첫 주전자에 자동으로 따라나오는 기본 안주 3총사. 작은 족발, 닭곰탕, 돼지고기김치찜. 옛촌 위치가 가물가물해 뒤진 인터넷에서 최근 옛촌의 평이 별로였던지라, 처음 찾은 타지 친구 녀석 앞에 내놓기 조마조마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괜찮았다. 우선 녀석이 밤 9시에 저녁을 먹어 배가 부른 상태였고 서울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희귀 기본 안주' 상차림에 일단 '기분학상' 먹고 들어가주셨던 것. 매운 김치찜과 역시 매콤한 닭곰탕, 작지만 보드라운 족발. 늦게까지 일하다 온 녀석과, 말로만 주당인 내가 과연 막걸리 한 주전자나 비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비웃듯 금세 동나 버렸다. 그리고 두 주전자째 따라나온 애들은 첫상의 '걸판짐'에 비해 충격이 좀 약하지 않은가 싶은, 홍합탕, 꽁치구이, 달걀부침. 아쉽게도 세 번째 상의 안주는 확인하지 못했다. 살다 보면, 그럴 날이 오겠지.

어쨌든 전주에 놀러오는 다른 동네 친구들에게 한 번씩은 데리고 가줄만한 곳으로 찜. 분위기도 헐렁한 듯 푸지게 풀어져서 수다가 술술 잘 풀리는 곳. 하기야 좋은 친구들과 함께라면 어딘들 술맛이 안 나겠냐만. 그나저나 '다품종 자잘' 안주로 승부한다는 삼천동도 한 번 가봐얄텐데. 유명한 사랑채 등은 전부 밤 11시쯤 문을 닫더라. 밤새 달려줘야 술 마시는 기분 드는 주당들은 어쩌라고. 전주를 뜨기 전에 꼭!

예촌 2호점의 첫주전자 안주들. 맑은 막걸리 한 상 15000원(한 상으로 끝나면 18000원이란다. 술 못먹는 것들은 슬프다.)

  (2011년 3월 / 전주 '옛촌' LG옵티머스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