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올레길을 걸었다.
바다와 들과 마을과 오름과 골목길을 걸으면서 어느 곳 하나 아름답고 푸근하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유독 한 군데, 공기부터가 제주의 다른 마을들과 다른 곳이 있었다.
그 공기는 뭐랄까...결기 같은 것?
그 마을은 강정마을이었다. 그때 이미 싸움 중이었고, 여전히 싸움을 멈추지 않은 곳.
단란했던 공동체가 해군 기지 찬성/반대로 나뉘어 갈기갈기 찢겼다는 기사에 마음 한 구석이 욱씬.
의롭고 긴 싸움을 앞둔 사람들의 의지, 분노, 희망...같은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읽혔던.
외로워보였지만, 오롯이 꼿꼿했던 노란 깃발 하나. 해/군/기/지/결/사/반/대
2년 전에 찍은 사진이지만, 여전히 저 깃발은 그곳에서 펄럭이고 있겠지.
제주에 곧 경찰이 들어갈 거란다. '제 2의 4.3'이라며 제주 사람들은 주먹을 쥐었다 하고
멀리 떨어진 나는, 제주가 좋아 늘 제주를 앓는 나는 그저 멀리서 안타까이 지켜볼 뿐이다.
제주여, 제발. 누구도 더는 다치지 않기를. 누구도 더는 아프지 않기를.
(2009년 4월 / 제주 강정마을 / PENTAX K10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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