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딱딱한 의자에 녹색 부직포 천을 덮은 비둘기호 기차를 타고 방학이면 늘 달려가던 군산. 우리 외가.
커다란 미곡상 안집 너른 마당을 쌀강아지처럼 뛰어놀다 저녁이면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참빗으로 머리 빗어 이 잡아 주시던 군산.
욕조만큼 큰 가마솥에서 하루종일 외할머니표 국이 끓고, 이모 네 명에 외삼촌 여섯, 이름도 채 다 못외는 사촌들로 북적거리던 군산.
또 먹어라, 더 놀아라, 이 똘똘한 것, 이 귀여운 것. 할아버지 할머니 외삼촌 이모들 돌아가며 쓰다듬 쓰다듬 한없이 귀여워 해주던 군산.
생각하면 맛있고 즐겁고 신나고 으쓱하고 뿌듯하고 포근하고 나른하고 졸리던 군산.
그러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 더이상 외가가 외가가 아니게 된 군산.
이름만 떠올리면 늘 가슴 한 구석 아리고 시리고 서글픈 군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차례 차례 잃어버린 군산.
그런 군산을, 생애 처음으로, 여행자의 눈과 마음으로, 여행자의 발길로 구석구석 만났다.
기사가 나온 것은 2009년. 3년 동안 가봐야지,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드디어...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361030.html
출처 : <한겨레 esc> 자, 걸어보세!
진포 해상공원에서 바라본 바다. 물이 빠져 갯벌 위에 올라 앉은 배들.
서쪽 바다에는 갯벌이 있다.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철길. 철로 위를 덮어버린 풀들.
어쩌면 어릴 때 비둘기호 타고 오던 기차가 이 길을 지났을지도 몰라.
철길은 공원이 되고
쌀지게 진 청년이 짬을 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개천에서 용 나던 시절의 희망.
기차 위에 선 사람들.
라일락 등나무 꽃향기 맡으며 길을 건너면(어쩐지 라일락 향이 아닌 것 같더라니...리샨 님 감샤요! ㅎㅎ)
57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요리집 빈해원. 맛은 과연?
필리핀 쎄부를 지나고
로마 콜로세움도 지나고
쇠락해보이지만 랩 배틀도 열리네.
영동 패션거리로 들어서면
다양한 브랜드들 즐비하고
지금은 문을 닫은 국도 극장을 지나서
개복동 골목. 아픈 곳. 10년 전 13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불에 타 죽은 곳. 성매매 골목을 내려다보고 선 교회.
지금은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했다지만 여전히 그날의 비명이 들리는 것 같아 마음이...
군산 구불길 사무실도 있고 화랑도 있고
마티스도 있고
피카소도 있고
군산 시민들도 있고
이렇게 서로 마주보고 선 사람들.
피카소와 마티스 그리고 우리들
역시 문을 닫은 씨네마 우일. 뭐든 문 닫은 곳은 허허롭다.
개복동 골목을 돌다 맞닥뜨린 기묘한 셔터. 이 아우라는? @@
바로 옆 카페 나는 섬. 그냥 지나칠 수 없지. 들어가보세!
아니나다를까. 카페 올라가는 2층 벽에 그려진 그림. 이 묘한 느낌은?
계단에 붙은 포스터에 눈이 번쩍! 윈디시티가 와서 옥상에서 공연을 한다네.
나는 섬, 알고 보니 군산의 홍대? 군산 인디 문화의 메카? 꺄울!
가고싶다 가고싶다 가고싶다 가고싶다 ><
나는 섬 안으로 들어가니 기대만큼 매력 넘치는 내부.
곳곳에 독특한 소품들. 쥔장이 오래 공들여 직접 꾸몄을 흔적들.
아니 저 구석기 시대 컴퓨터는? @@
나는 섬에서 1시간 넘게 노닥거리다 다시 힘내서 걷기 시작.
비 포장마차. 포장마차 아님. 깜빡 속아서 한 잔 하러 들어갈 뻔. @@ 이런 센스있는 벽화쟁이들 같으니...
위태로운 언덕
한참봉 쌀가게가 있던 자리
채 허물어지지 못해 슬픈...
콩나물 고개. 자, 숨 한 번 몰아쉬고!
(군산 / 2012년 5월 / 후지 FINEPIX AV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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