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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제주 걷기] 제주 올레 12코스-1 본문

올레둘레길

[제주 걷기] 제주 올레 12코스-1

네루다 2012. 5. 15. 01:42

4월 18일~5월 2일 제주 올레 여행. 14박 15일의 일정.
10-1(우도 올레), 11, 12, 13, 14, 15, 16, 17, 18, 18-1(추자도 올레), 19코스까지 총 11개 코스 완주가 목적이었다.
3년 전에 이미 1코스~10코스(우도, 마라도 포함)를 하루에 1코스씩 완주한 터라 별로 어렵지 않게 생각했지.
11코스 완주에 3일은 놀멘놀멘 할 요량으로 넉넉 잡고 보름을 잡았건만... 아뿔싸... 3년의 ‘늙음’을 생각 못했다.
몸이... 다리가... 발목이... 체력이... 다른 거다. 3년 전과는 너무도... 이틀 걸으면 하루 앓아눕고 젠장... ㅠㅠ

도착하자마자 폭우에 강풍으로 3일은 꼼짝없이 발이 묶인 데다 체력이 딸려 매일 완주는 꿈도 꿀 수 없는 상황.
처음 며칠은 어떻게든 목표한 대로 완주해야 한다는 오기에 바득바득 절뚝거리며 걸었으나, 오른쪽 정강이 근육이
도무지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올레길은 어디 안 간다, 다음에 또 오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또 다독여
겨우 마음을 고쳐 먹었다. 오기와 똥고집은 제주 올레의 ‘놀멍쉬멍’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 합리화시키며.

그리하여 10-1(가파도), 10코스 역방향 올레, 11, 12, 14, 14-1, 16, 17코스를 걸었다. 총 8개 코스.
그나마 11코스는 진행 방향을 잘못 드는 바람에 곶자왈에서 헤매다 결국 완주를 못했으니...
목표했던 13, 15, 18, 19코스는 시작도 못했지만, 계획에도 없던 10코스 역방향 올레가 크나큰 수확이라면 수확.
비 추적추적 내리는 날, 모슬포항에서 하모해수욕장, 송악산을 따라 내려오는 코스는 참으로 절경이더군.
마지막 20코스, 21코스까지 모두 이어질 때를 기다려야지. 그땐 정말 공항에 내리자마자 걸어서 제주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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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12코스 따라 걸어보세. 참 좋았던 12코스. 제주의 밭, 들판, 오름, 바다를 모두 볼 수 있고, 중간에 도자기 공방이 있어서 한참을
도자기 구경하며 노닥노닥. 3코스에는 김영갑갤러리가 있어서, 12코스는 산경도예가 있어서 참 좋더군.

 

12코스 지도(제주 올레 사무국 제작). 참 예쁘게도 만들었다. 주황색 'S'자 표시가 시작-중간-끝 스탬프(S)가 있는 지점.
총 17.5km(5~6시간. 정말? @@) 자, 어디 한 번 걸어보세.

 

12코스 시작점인 무릉생태학교 가기 전에 만난 개. 혀가 참 길구나. @@

 

장수의 문을 지나서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길을 따라 들어가면

 

11코스 종점이자 12코스와 14-1코스 시작점인 무릉생태학교가 나온다네.
나무로 만든 귀여운 간세(제주 조랑말의 제주 방언)가 도장을 품고 있어요. 3년 전엔 없던 간세, 그새 태어났네.
간세 머리에 빼꼼히 달린 나무 문을 위로 열면 12코스 시작을 알리는 도장과 인주가 들어있다지요. 도장 꾹.

 

시작점을 알리는 올레의 리본. 기나긴 올레 여정의 빛과 같은 리본.
17, 8키로 정도 걷다 보면, 온몸에 피로가 덕지덕지 내려앉아 오직 '올레 시력' 하나에만 의존해 걷게 되는데, 제아무리 멀리 달려
있어도, 날이 아무리 흐리고 어두워도 파랑주황 리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 따라가자.

 

제일 먼저 만난 보리밭.

 

그리고 마늘밭.

 

제주의 들판.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12코스를 함께 걸은 친구들. 광주, 부산, 대구 등 고향도 제각각. 토목기사, 가야금 연주자 등 일도 제각각.
각자 살던 사람들이 제주에서 만나 함께 길을 걷는다는 일의 신기함. 그동안 올레 하면서 중간 중간 만나 짧은 동행을 한 이들은
많았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걸은 적은 처음이라 재미있기도 하고 번잡스럽기도 하고...ㅎㅎ 그래도 좋더군.
다 늙은(?) 어른들이 소풍 나온 애들처럼 끊임없이 조잘거리며 기나긴 길을 함께 걷는, 신기하고 묘한 경험.

 

부러진 표식. ㅜㅜ

 

3년 전엔 없던 올레꾼 화장실. 참 예쁘게도 만들었도다. 유채꽃밭 한가운데서 볼일을 보면 향기가 날 것 같아...응? @@

 

녹남봉 오르기 전. 정상은 5.5km. 오름 오르느라 힘들어서 녹남봉 사진은 없음. 헥헥...

 

오름을 내려와 만난 산경도예. 폐교를 개조해 도자기 공방으로 꾸민 곳. 6km 지점. 중간 도장 간세가 있는 곳.

 

참 예쁘게도 꾸몄다.

 

그네.

 

두 번째 간세.
쉬어가자. 본격적인 공방 구경.

 

좋다. **

 

참 좋다. **

 

도자기 접시를 참 좋아해 진심으로 사고 싶었으나...물병 하나의 무게도 버거운 올레꾼의 비애 ㅜㅜ

 

금방이라도 아이들이 뛰어올 것 같은 복도.

 

도자기 풍경들.

 

풍금이 있는 자리.

 

진흙으로 빚은 연꽃

 

산경도예.

 

(제주올레 12코스 / 2012년 5월 / PENTAX K-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