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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필리핀 여행] 화산 호수 속 또 하나의 화산 호수, 따가이따이 따알 호수의 진풍경 본문

딴나라유람/필리핀(2011)

[필리핀 여행] 화산 호수 속 또 하나의 화산 호수, 따가이따이 따알 호수의 진풍경

네루다 2011. 11. 7. 10:58

따가이따이(Tagaytay) 지역의 따알 호수(Taal lake). 뉴욕타임스 선정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여행지 100곳' 중 하나라지.
뉴욕 타임스가 뭔데? 그래서 어쩌라고? 발끈 하면서도 은근 솔깃한 것이 또 여행자의 마음. 그래, 가자! 따가이따이로.
대개 마닐라에서 여행사 끼고 하루 훌쩍 다녀오곤 하는데, 보홀과 세부에서 일주일 동안 바다를 실컷 보았으니 이제 산을 좀 느끼자 싶어 2박3일을 묵기로 했다.
가보니 탁월한 선택. 우리나라 강원도처럼 산중턱에 자리한 마을 따가이따이. 그 산마을을 온통 둘러싼 호수, 그리고 화산. 서늘하고 시원하고 아름다웠던, 필리핀 산골의 독특한 풍경들. * 따알 호수와 따알 화산 :
수억 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길이 25km, 폭 18km에 이르는 따알호수(Taal Lake) 가 형성되었고, 1977년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 화산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겼다. 새로 형성된 중심 분화구를 따알화산(Taal Volcano)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간간이 폭발이 일어나 화산학자들이 화산활동을 관찰하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中)
*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추형 화산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복식(이중)화산이라고. (어느 블로그에서)

따가이따이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 따알 호수와 따알 화산.

호텔에서 세발오토바이(트라이시클) 타고 1시간 정도 산길을 꾸불꾸불 달려 내려가면, 호숫가에 닿고 이렇게 방카(필리핀 전통 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배를 타고 따알 호수를 건너 가야 호수 중심부 따알 화산에 닿을 수 있다. 뱃삯은 공식 1500페소.
그러나 트라이시클 기사와 미리 흥정을 한 덕에 1300페소로 땡.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 따알 화산으로 출발.
호수라고 해서 얕잡아봤다간 큰 코 다친다. 호수 둘레를 배로 한 바퀴 도는 데 무려 3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 바다라고 해도 믿을 듯.

거미 다리 같기도 하고 잠자리 날개 같기도 한 방카의 옆 날개.

따알 화산을 향해 나아가는 또 다른 방카.

그야말로 광활한, 따알 호수의 풍경.

화산에 도착하면 관광안내소가 있고, 거기서 화산 입장료(1인 100페소?)를 내고 나면 2가지 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말타고 산행(1인 500페소?)’내지는 ‘안내원 동반 산행(걸어서 오르기 450페소?)’.
따알 화산 여행은 대개들 말 타고 오르내리는데, 산행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 가파른 산에 말 타고 오르내리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은 터라(말도 고생 나도 고생 ><) 말은 절대 안 타겠다 고 따가이따이에 가기 전부터 미리 결심한 바 있다. 가볍게 산행하고 와야지~ 화산 보고 와야지~ 룰루랄라했건만, 이거 이거...절대 안 된단다.
말을 타고 가든지, 걸어 올라가려거든 안내원을 필히 동반하든지. 산행을 좋아하고 또 자주 해왔기 때문에 혼자서도 능히 산행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는데, 위험해서 안 된단다. 길도 질척이고 여기저기 벼랑도 있고, 그래서 잘 아는 사람이 꼭 안내를 해줘야한단다.
음...그들의 정책이 심히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관광객 한 명당 말로 벌어들이는 수입(마부 팁도 따로 줘야 한다.
@@)이 얼만데, 그걸 눈 앞에서 놓치겠는가. 에휴, 그래. 남의 나라 좋은 풍경 좀 보겠다고 여행을 왔으니 지갑 열자, 열어.
그래서 타게 된 말. 다섯 살짜리 암말인 이 녀석, 화산 트래킹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제 내키는 대로 왔다갔다 하고, 걷다가 맛난 풀에 코박고...보고 있으니 웃음이 슬몃. 그리고 마부. 열아홉 살이란다. 생소해서 이름은 가물가물.

이렇게 호수를 뒤로 하고 완만한 산등성을 말 타고 오르면

화산 정상 가까이 말도 쉬고 마부도 쉬고 여행자도 쉬는 움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드디어 따알 화산.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라, 1년에 몇 차례씩 따알 화산 입산 금지령이 내려지곤 한다. 내려다보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유황 연기가 보일 정도. 아으 내려가 보고 싶어라. @@

화산 언저리에 살고 있는 아깽이들.

내려오는 길에 말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이 땅을 말 잔등 위에서만 보내기는 너무 아쉬웠기에. 덕분에 쉴 수 있어 함께 신난 마부와 말.

돌아오는 배 안에서 본 호숫가 풍경.

(필리핀 따가이따이 / 2011년 10월 / PENTAX K-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