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온 마당에 자꾸 뒷담화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당산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연애 6년 동안 1주일에 반 이상을 보냈고 결혼하고 2년을 오롯이 살았던 동네인데도, 참 정이 안 갔던 것은 산이 없고 나무가 없고
건물이 너무 많고 차가 너무 많고 공기가 안 좋고 등등...대라면 한도 끝도 없을 듯.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단점은 '산책'다운 산책을 할 수가 없다는 것.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시종일관 자동차 매연과 함께 하는 산책이라면, 그게 어디 산책이겠는가. 출퇴근길이지.
남푠은 늘 "한강이 있잖아요?" 했지만, 누누이 말하건대, 나는 강은 별로라니까!
여튼 그런 면에서 이사온 동네는 완벽에 가깝다.
이사오고 매일 1시간 이상을 산책하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의 '산책'. 나무와 풀과 물을 끼고 살랑살랑 기분 좋게 걷는 길.
딱 1번, 거실에서 보이는 북한산만 보고 이사를 결정한 터라 아파트 주변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지도 못하고 왔는데,
세상에나 만상에나 이게 웬 횡재! 아파트 현관을 나서자마자 산책로가 사방팔방 뻗어있는 게 아닌가!
옹기종기 모인 아파트 단지들마다 실핏줄처럼 각자의 산책길을 품고 있고, 그 길들이 한가운데로 모여 창릉천으로 이어지는 구조.
마치 실핏줄과 대동맥이 이어지듯 마을 전체가 산책길로 연결된 구조였던 것이겄던 것이었던 것이었!!!
"산책하다 쓰러져 죽겠네!"
도시계획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머리털 나고 처음 느끼고 있는 나날이다.
특히 10월에서 11월 사이, 적당히 찬바람 불고 단풍잎 은행잎 살랑거리고 하늘은 높고 공기는 맑은 지금,
산책하며 온몸으로 느끼는 행복이 너무도 오롯하다.
결론은, 산책 만세! 삼송 만세! 우리동네 만쉐이! >.<
'일상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동네 길냥이, 노랑이 (0) | 2015.12.05 |
---|---|
남편이 끓여준 생일 미역국 (0) | 2015.11.25 |
'서울시민'에서 '경기도민'이 되다. (2) | 2015.10.06 |
어느덧 결혼 2주년 (0) | 2015.07.15 |
겨울엔 역시 뜨끈한 굴국밥! (0) | 2014.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