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비 억수같이 오는 날 이사했다. 

'서울 시내 25개 구 가운데 유일하게 산이 없는' 영등포구에서 사는 2년 내내 

남편에게 '공기 좋고 산 있고 건물 적은 곳으로 이사 가고 싶다'고 지속적이고 확고하게 징징거렸더니, 

돈 들여 리모델링 실컷 해놓고 무슨 이사냐며 펄쩍펄쩍 뛰던 남편이, 드디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맘 같아선 확실하게 '탈 서울'을 해서 남양주나 용인 같은 곳으로 가고 싶었으나, 

신촌까지 출퇴근해야 하는 남편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라 자동차 운전 거리 적당하고, 지하철도 다니는 '삼송'으로 결정. 


사실 삼송이 어디 붙은 동네인지도 몰랐다네. 우연히 인터넷 부동산에서 보고, 동네 구경이나 함 해볼까? 싶어 왔다가, 

탁 트인 벌판과 드넓은 창릉천과 곳곳에 널린 공원들,

무엇보다도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에 그만 뿅- 반해 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 

남편은 맥도** 딜리버리 서비스가 안 된다는 이유로, 삼송을 '오지'라 부르지만...ㅎ (지하철역 있는 오지 봤냐! 흥!)

 

전세 계약한 것이 6월 말이었으니 석 달 넘게 이사갈 날을 꿈꾸고 또 꿈꿨는데, 닥치니 비. ㅜㅜ

하루 전만 해도 비는커녕 가물기만 하더니...내가 떠나는 게 그리도 슬프더냐, 서울아. 

한창 짐 내릴 시간인 11시쯤? 이 절정이었던지라 사다리 실컷 불러놓고 엘리베이터를 쓰기로 (이삿짐 업체에서) 결정. 

엘리베이터 값 10만 원 생으로...ㅜㅜ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뭐. 책들을 젖게 할 수는 없으니.  

 

 

다섯? 여섯 군데의 견적을 내고 선택한 곳은 '이사가요'라는 업체였는데, 어라? 이사 당일 정작 온 팀은 '신사의 이사'라는 곳. 

같이 한다는데, 요샌 이런 시스템인가? 결론은 괜찮았다. 


 

이삿짐 업체들마다 혀를 내둘렀던 문제의 책장. 트럭에 아예 싣지 못한다는 업체도 있었고, 창을 몽땅 떼야 하므로 장비값이 더 든다는 업체도 있었고... 



결국 책장만 남았다. ㅎㅎ 가로 3.3, 세로 2.7의 위용을 자랑하는 통 책장은 엘리베이터로도, 계단으로도 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아 

결국 사다리 다시 부름. 

(그러게 사다리 없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이나 말씀 드렸잖아요오오오~ ><)

 

 

거실 창문 몽땅 떼고 책장 옮기기 작업 시작. 


 

주방 이사 담당이던 이모님까지 나서서 으쌰으쌰 끙차끙차...보는 내내 은근 미안하더군. ><


 

드디어! 사다리에 싣고 내려가는 책장. 혹시나 떨어져 깨지지 않을까 보는 내내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ㅜㅜ 내 사랑 책장.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곳. 영등포구 당산동을 떠나 고양시 삼송동으로 오다. 이사 오자마자 거실에서 찍은 사진. 비 오는 삼송의 하늘.


 

그리고 10월 2일. 맑개 갠 하늘이 하도 좋아서. 방과 거실 전부 북한산이 보이는 집에서 살게 되다니...이게 꿈이냐, 생시냐. 


 

몇 해 동안 이사가고팠던 은평뉴타운보다는 북한산이 멀지만, 그래도 공기 좋고 전망 좋고 조용하고, 무엇보다 탁 트인 시야에 살 것 같네.

서울 살기 싫다며 징징 우는 마누라 땜에 10년 가까이 살던 정든 집을 떠나 졸지에(얼결에) 경기도민이 돼버린 남푠에게 그저 감사하고 고맙고 미안할 따름. 


 

전입신고하러 들렀다 깜짝 놀란 동사무소. 막막 사랑이 샘솟는 정겨운 풍경일세.  


(이사 / 2015년 10월 / 아이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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