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로 꽉 찬 결혼 2주년.
이제는 제법 (남에게 상대를 소개할 때) '남편-아내'란 말이 입에 붙고, '신혼'이란 말이 슬슬 간지러워지는 시기.
결혼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참 거슬리고 싫은 순간 중 하나가
방송에서건 현실에서건 여자들이 자신의 남편을 '우리 신랑은-'이라고 소개할 때,
현실에서건 방송에서건 남자들이 자신의 아내를 '우리 와이프가-'라고 소개할 때다.
신랑은 얼어죽을. 혼례 치르고 난 다음날부터 이미 신랑은 아니지, '구'랑인 게지.
남자들은 자기 아내를 '신부'라고 절대 부르지 않는데, 왜 여자들만 늙어 꼬부라지도록 신랑인 겐지...
그리고 와이프가 뭐냐, 와이프가. 아내, 마누라 등등 많기도 많은 한국말 놔두고. 여기가 미국이여, 영국이여.
다행스럽게도,
내 '신랑' 아닌 남편이란 사람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할 때 빼고는 절대 '와이프'란 말을 쓰지 않는다.
시키거나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거슬려하고 못견뎌하는 부분을 알아서 피해주는 것을 볼 때면,
이런 면 때문에 결혼했겠구나, 싶다.
상대가 원하는 것에 맞춰가는 것보다
거슬려하고 못견뎌하는 사소한 부분들을 조금씩 줄여가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기에,
결혼 '생활'이 어려운 것이겠지.
뭐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잘 해내고 있으니, 앞으로도 서로 봐주면서, 적당히 구박하면서
잘 지내봅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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