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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여행] 유치하고 오묘하고 야릇한 키치(Kicsh)의 세계<파주영어마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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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여행] 유치하고 오묘하고 야릇한 키치(Kicsh)의 세계<파주영어마을>

네루다 2011. 9. 26. 15:53

소설 쓰는 후배뇬이 난데없이 파주영어마을에서 알바를 시작했다기에, 얼굴이나 볼겸 슬렁슬렁 파주영어마을이라는 곳엘 갔다.
영어마을이라는 곳이 전국에 몇 개 있고, 그나마 파주에 있는 곳이 규모도 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만 얼핏 들었을 뿐, 당췌 어떻게 생겨먹인 곳인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는데(알고 싶지도 않았는데)...도착하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참으로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영국의 '스톤헨지'를 본뜬 것으로 짐작되는 거대한 고인돌(그러나 스치로폼인 것이 너무나도 잘 보여서...'안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구나, 하고 처음 느꼈 ;;)이 자리한 정문에서부터 허걱- 소리 나오더니,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정말로 황당하고 어이없는...그러면서도 굉장히 그럴듯하게 지어진...암튼...뭐라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단하고 기묘하고 오묘하고 야릇한 느낌 투성이었다.
파주 영어마을은 말 그대로 실제 마을이더라. 일단 건물이 여럿 있고, 골목이 있고 큰길이 있다. 뿐인가? 시청도 있고 커다란 콘서트홀도 있다. 가로수도 있고 레일 바이크도 다닌다. 그런데...이 모든 것들을 둘려보면서 왜이렇게 심란하던지...파주 영어마을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딱 하나였다. 키치.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감탄사 하나. "여기는...키치의 세계로구나! 키치의 절정이로구나!!" 키치의 개념이나 뜻을 정확히 모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마을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어마나! 이것은, 바로 바로 그 말로만 듣던 키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키치 (kicsh)
: 독일어. ‘저속한 미술품’ ‘사이비 그림’이라는 의미로 사용된 이 말은 19세기말 독일에서 처음 생겨났으며 당시 급격한 산업화와 교통통신의 발달, 대중문화의 탄생 등으로 그림에 대한 소유욕구가 확산된 데서 비롯됐다. -다음 오픈 백과

* 그럴싸한 가짜, 진짜인척 하고픈 싸구려 욕망의 발현, '진짜'를 소유하고 싶지만 워낙 비싸고 귀한 탓에 그 비스무레한 가짜로 만족하는 중산층의 싸구려 욕망이 만들어낸...암튼지간에 가짜, 사이비, 그럴싸한 복제...등등의 개념인 키치.

파주 영어마을을 보는 순간 내 온 몸을 관통하면서 흐른 '키치'. 키치가 무엇인가 알고 싶거든 파주 영어마을로 가라고 적극 추천하고 싶다.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의 건물들을 고스란히 베껴놓은 '형식'과, 우리나라를 관통하고 있는 미친 영어 광풍의 '내용'이 만나 이룬 완벽한 조합. 그러니 영어마을이야말로 멀리 갈 것 없는 키치의 산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영어마을 입구. 저 문을 들어가면 희한한 세계가 펼쳐진다.

 

시계탑 광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Market Street, 즉 상점가라고는 하는데...

 

학교 앞을 지나는 레일 자동차.

 

건물 앞.

 

영국 어느 작은 도시 같은 거리 분위기?

 

보자마자 풋- 현웃 터진 시청.

 

런던에 있는 '로얄 앨버트홀'을 본떠 만들었다는 콘서트홀.

 

콘서트홀 정면. 흠...요렇게 보니 정말 외국의 어느 건물이라고 해도 믿겠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건물들이 모두 외국에서 비싼 재료들을 들여와 지은 것들이란다.

진짜 같은 가짜(짝퉁)를 가져서라도 진짜와 비슷해지고픈 우리식 싸구려 열망과 전시행정이 만나 이룬 풍경.
  

(파주 영어마을 / 2011년 9월 / LG 옵티머스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