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는 상관없이 존재만으로 의미 있는 음식점들이 있다.
흔히 원조라 부르는 집들이 그렇고, 어릴 때 뻔질나게 드나들었는데, 어른 돼서도 그대로 남아있는 집들이 그렇다.
중학교 때 딱히 놀거리가 없던 터라, 시내에 나가 영화를 참 많이 봤는데, 영화 보고 나서는 꼭 신포우리만두에서 쫄면을 먹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거기 말고 먹을 데가 없던 것도 아닌데 그냥 그랬다.
쫄면이야말로 아주 어린 것도, 그렇다고 철이 좀 든 것도 아닌 어중간한 중딩의 입맛, 10대라면 역시 쫄면.
신포우리만두가 인천에서 건너왔다는 건 건너 건너 들어 알고 있었지만, 30년 가까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원류를 찾다.
전주에서 인이 박이게 먹었던 그 쫄면하고 맛 차이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몇십 년 세월 동안 없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사한 곳.
이런 집에서 맛을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므로.
쫄면. 중딩 때 먹었던 쫄면, 어른 돼서도 가끔 먹는 쫄면. 특유의 그 질기고 소화 안 되는 느낌의 면발이 그리울 때가 있다.
새우만두. 크기가 작아 애개? 했으나 제법 새우살이 탱글하게 씹힌다.
우리만두, 망하지 말아랏!
(인천 신포우리만두 본점 / 2015년 11월 / 아이폰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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