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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책] 내기바둑이 펼치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 소설 <승부> 본문

영혼의양식/읽을거리

[책] 내기바둑이 펼치는 비정한 승부의 세계, 소설 <승부>

네루다 2014. 10. 29. 19:29

작업 때문에 원작을 읽어야 할 필요가 생겨 부랴부랴 구한 소설.
이런 소설이 있는지도 몰랐고,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세래라는 감독 겸 작가도 알지 못했다.
다만 바둑이 소재고, 내기 바둑판에서 치열하게 승부를 벌이는 바둑 천재들의 이야기라는 정도의 정보만 있었을 뿐.
<미생>에는 열광하지만 바둑을 모르고, 내기나 도박, 이런 거에 웬만하면 관심을 안 두는 터라 책을 구한 건 순전히
의무감이었다.

발행년도가 2002년. 한국 출판시장에서 몇몇 베스트셀러 말고는 10년이 넘도록 살아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터.
새책은 이미 절판된 상태고 헌책은 더더욱 구하기 힘든 마당이라 난감해하고 있었는데, 남푠이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다준 덕에
겨우 읽을 수 있었다. 국회도서관은 각성하라! (이쯤에서 남푠 짱, 연대 도서관 짱! ><)

읽기 전에는, 그저 그런 통속소설이겠거니 했으나, 어라? 어라? 하면서 이틀 동안 밤을 새워 장편 3권을 내리 읽고 말았다.
그만큼 쑤욱 빨아들이는 힘이 있는 소설.
바둑 천재가 순간의 실수로 정통 바둑에서 밀려나 내기 바둑을 전전하며 살아가다 끝내 객사하고 마는, 이야기의 얼개는
비교적 간단하지만, 시나리오 작가의 소설답게 캐릭터의 매력과 극적 구성이 탁월하다.
바둑판 하나로 조선-구한말-일제 침략기까지 이어지는 우리의 아픈 역사가 펼쳐지는 구성 또한 흥미롭고.

아는 사람 몇 없는, 흔히 말하는 잘 팔리는 소설 뒤편의 <승부>를 읽으며 새삼 다시 한 번 느낀 것.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평생을 가도 다 읽지 못하는 좋은 책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

* 살아계셨다면 더욱 굵직하고 극성 살아있는 작품을 더욱 많이 만드셨을 텐데...조세래 작가의 명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