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의 작품을 못 보던 시절이 꽤 길었다.
<옥탑방 고양이>에서 요즘 말로 '입덕'해버려서 몇 년을 허우적댔지. 입덕 중에는 작품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왜냐고? 래원이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었거든. 부끄럽거든. 민망하거든.
자식 학예회에 내보낸 부모 심정이랄까, 배우 남편을 둔 아내의 심정이랄까... @@
(지금은 서현진의 작품을 못 본다. <또 오해영>이 화근. 하필이면 가장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볼 수 없는 이 병은 대체 무슨 불치병이란 말인가!!! 꺼이꺼이.)
여튼 공효진이야 뭐 늘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고 김래원도 자연스럽게 탈덕해버려서, 맘 편히 보러 갔는데...
1. 아쉽다. 많이 아쉽다. 스토리든, 감정이든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닌데. 훨씬 더 밀어붙일 여지가 남았고 그래야 했는데, 어정쩡하게 끝내 버렸다. 안전하고 비겁한 결말. '로코는 이래도 돼'라고 안일하게 생각한 걸까?
2. 래원이도 늙는구나. ㅜㅜ
3. 공효진도 늙는구나. 배우들, 특히 여자배우들이 조명판에 목숨 거는 이유를 알겠...


간만의, 아니 체감상 10년은 넘는 것 같은 국립중앙박물관 나들이.
사실은 <에트루리아 전>을 보러 갔다가 하필 한글날 무료 관람 덕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ㅜㅜ
계획에 없던 <우리 강산을 그리다> 전을 보다. 결론은 보기 잘했음. 참 좋았음.
그림마다 "아니, 우리나라에 이런 산이 있단 말이야?" 깜짝 놀라다가
당장 동네에서 힐끗 보이는 북한산만 떠올려 봐도 "아, 맞아.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지." 하며 고개 끄덕이기 반복.

(국립중앙박물관 / 2019년 9월 / 아이폰XR)

여의도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정원박람회.
10월 3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데 마침 근처 지날 일 있어 개막식날 아침에 살짝 둘러봤다.

동글동글 귀여운 박람회 간판.

색색깔의 장미들

여기도 장미.

내 최애색 보라색에 눈길이 절로 멎네.

도시 텃밭도 있고.

거대 파라솔!

남북정상회담을 상징하는 화합 꽃밭.

개 벤치에 개를 묶어놓았...

서울시 구별로 특색 있는 정원을 꾸몄는데, 그중에서도 완성도 높아 보이는 동대문 점빵.

도봉구 정원, 아기자기한 도봉정.

어느 구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름 개성 있는 느낌. 폐품을 활용한 텃밭으로 좋을 듯.

노량진 고시촌의 특성을 살린 동작구 정원.

옛날 신촌역 느낌으로 꾸민 서대문구 정원.

어느 구인지 모르겠으나 내 취향일세. 이런 정원 꾸미고 살고 싶다. ><

집 앞에 하나 갖다 놓고 싶은 캥거루.
간만에 꽃구경, 풀구경 실컷 했네. ><

(서울정원박람회 / 2018년 10월 / 아이폰7)

생애 첫 아이스 쇼 관람.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없을 최고의 경험이었음. 아이스 쇼가 이리 재미있는 것이었다니! ㅜㅜ
사실 연아를 보고 싶었던 마음이 전부였지만, 공연 보면서 선수들 모두에게 반해버렸... @@
스케이터들 얼굴 표정, 눈빛, 근육의 생김새까지 생생하게 보여서 숨이 막히더군.
목동 아이스링크 최고다! 키크석 짱! (표 구해준 남푠 고마워! ><)

 

시작 전. 두근두근...

 

2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네. 정신 없이 박수 치고 소리 지르고 움찔거리고 하다 보니 2부 끝. 다시 나온 연아.
캠코더 들고 갔는데 꺼낼 틈도 없이 사진도 몇 장 못 찍었...
엉엉, 연아야! ㅜㅜ

키크석 기념품. 잘 간직해야지.

(올 댓 아이스쇼 / 2018년 5월 / 아이폰7)

누적 관객수 8861명.
그 중 한명이 나라니... 크흑.

확실히 요즘 영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재미있었다. 꽤 볼만했다.
짝퉁 홍상수라는 말들 많던데, 결이 완전 다르다고 봄.

홍상수는 이죽거림과 비아냥, 잘난 척이 기본이라면
적어도 이 영화는 홍상수보다는 선하고 순하다. 같잖게 쿨을 떨지도 않고.

<공감 포인트 셋>

1. 한우 선물세트 부여안고 "우리 이거 구워먹자." 하며 엉엉 우는 이진욱
2. 소설을 써보겠다고 준 알콜중독 상태로 옛남자를 끌어들이는 고현정
3. 마지막 장면에서 편의점에서 산 펜과 노트(꿈과 희망은 살아있다!)

문창과 선후배의 삶을 보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눈물이...
소설 그 까이 거 뭐라고, 인생 남루하도록 붙들고 사는 주인공들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아서 또 눈물이... ㅜㅜ

 

 

등장인물이라고는 딱 두 사람(+목소리 1)
무대라고는 딱 한 곳, 감옥 안.
그럼에도 2시간을 모자람 없이 꽉 채우는 잘 짜인 극의 힘, 감정의 힘, 몰입의 힘,

앞에선 실실 웃다가 뒤로 갈수록 눈물이더니 끝내는 펑펑 울었네.
사랑이었다. 너무도 깊고 아픈 사랑.
오랜만이네. 다시 한 번 보고 싶은 연극은.

문태유(발렌틴)-이이림(몰리나) 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래. 러시아가 원래 이렇게 영화를 잘 만드는 나라였지!

2017년 하반기 최고의 영화였다.
우주영화 꽤나 좋아해서 찾아보는 편인데, 스테이션7을 보고 나니 유명세를 탔던 기존의 미국 우주영화들-그래비티, 마션, 인터스텔라 등등-이 마가린 듬뿍 처바른 (정도의 차이는 있겠다만) 싸구려 과자 같이 느껴지는 불상사가... ㅜㅜ

다큐멘터리처럼 시종일관 묵직하고, 소박하고, 걍 할 말만 딱 하는데 울림과 감동이 장난이 아니다.
중간 중간 서비스처럼 등장하는 아재 개그도 딱 내 취향이고.

러시아! 이런 우주영화 또 만들어주라. 계속 만들어주라줘!




만 스물일곱, 이 찬란한 청춘들이, 이 아까운 젊음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뚤어진 권력, 불의한 정부는 젊음들을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죽임으로써 스스로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해왔다.
일제강점기가 그랬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 시절이 그랬고,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부 시절이 그랬지.

그 시절로 되돌아가려 바락바락 악을 쓰고 기를 쓰는 수많은 박근혜를, 김무성을,
이 땅 모든 친일매국 세력들을 뒤늦게나마 확고하게 처단해야 하는 이유.

죄책감과 부끄러움, 슬픔과 안타까움을 넘어 우리가 뼛속 깊이 분노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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