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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어느덧 결혼 7주년! 본문

일상이야기

어느덧 결혼 7주년!

네루다 2020. 7. 9. 03:20

2013년 8월-->2020년 7월.
스에상에... 벌써 7년이나 지났다니!
그 7년 동안, 변한 게 거의 없다는 것이 더 신기함.
어디 보자,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사를 왔고
시부모님은 차례로 환갑을 맞으셨고
나는 40대 남편은 30대가 되었... 아니 7년 전에도 그랬구나. ㅎ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여전히 안 유명하고!)
남편은 여전히 공부 중이고(여전히 논문을 아직...)

엊그제 어린 시절 얘기가 나왔는데, 남편이 유치원 다닐 때였나.
유치원에 무슨 돈을 낼 일이 있어서 부모님이 주셨는데, 줄 서서 돈 내는 일이 너무 부끄러워 돈을 버렸단다. == 그래서 엄청 혼났다고.
부끄러워 돈을 버리다니,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 하는 놀라움+아직도 남편에 대해 모르는 게 많구나 하는 놀라움.
외향향 인간은 죽었다 깨나도 이해 못할 내향형 인간의 부끄러움이라니. @@

답가로 내가 해준 얘기는 ‘맛 좀 봐라! 이것이 외향형이다!’랄까.
네 살 즈음(어린 시절 기억 많은데, 영 기억 안 나는 거 보니 완전 꼬꼬마 시절이었던 듯)의 일이란다.
전주로 이사오기 전 장수에 살 때였는데, 집에 엄마 친구들이 놀러오셨단다.
방 하나에 음식 차려놓고 어르신들 떠들썩하게 노는데, 갑자기 내가 방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재봉틀 위로 쪼르르 기어 올라가 마구 춤을 추더란다. 물론, 아무도 시키지 않았... @@
그 말을 들은 남편의 얼굴에 어린 경악. “내가 이런 사람이랑 결혼을 했다니!”

줄 서는 게 부끄러워 돈을 버리는 남자와
재봉틀 위에 올라가 막춤을 추는 여자가
우연히 만나 같이 사는 삶.
이것이 결혼의 신비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남자는 여전히 부끄럼 많고 여자는 여전히 흥이 넘친다.
아마도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가 신기하겠지.

10주년에는 크루즈 여행을 가야 하니 코로나 제발!

사진이 없으면 섭하니 요즘 자주 해먹는 대패삼겹숙주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