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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서울 맛집] 양꼬치에 첫 발을 내딛다, 영등포 <조은 양꼬치> 본문

먹고마시기/술

[서울 맛집] 양꼬치에 첫 발을 내딛다, 영등포 <조은 양꼬치>

네루다 2011. 10. 30. 22:51

양꼬치를 처음 먹다.
5년 전인가, 타이완 가오슝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는데, 함께 갔던 이들 중에 중국에서 몇 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온 남자가 있었다.
음식 맛있는 타이완에서도 미식 천국으로 유명한 가오슝이었던지라 끼니마다 훠궈니 딤섬이니 맛난 음식들 찾아다니는 게 일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밥 먹으면서 중국 유학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별 내용은 없었고 '몇 년 동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허구헌날 술 먹고 놀았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중에서도 귀에 착 달라붙은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촬. 중국어로 양꼬치란다. 한자로는 어찌 쓰는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이노무 '촬(양꼬치)과 피주(맥주)' 덕분에 중국 생활 몇 달만에 9kg이 쪘다나 10kg이 쪘다나. 그러면서도 후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그는 그저 한국에 돌아와서 제일 아쉬운 것이 '촬'을 더 이상 먹지 못하는 것이라 했다. 촬 때문이라도 다시 중국에 가고 싶다나. 대체 그노무 촬, 양꼬치가 어떤 맛이기에? 싶었으나 호기심은 그때뿐.
그러다 드디어 먹게 되었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는 욱을 쫄레쫄레 따라 나섰는데, 알고 보니 그 고향 친구는 양꼬치 마니아.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양꼬치라는 걸 구경했다. 중국 이주민들이 많이 살아서인지 영등포역 근처에만 양꼬치집이 예닐곱? 군데나 되고, 그중에서도 청도 양꼬치, 호우 양꼬치 등이 유명했으나 이 집은 '조은 양꼬치'란 곳이다. 사실 처음 목표는 청도 양꼬치였으나 문을 닫아서. 얼결에 들어간 집이라도 괜찮았던 것이, 생고기로 나오는 다른 곳과 달리 매콤하게 양념 발라 나와서 굽기가 편했고, 중국식 땅콩과 무장아찌가 맛있더군. 그리고 양꼬치집만의 독특한 밑반찬(?) 통마늘 무한 리필. 양꼬치도 양꼬치지만 사실 더 좋았던 것은 닭똥집! 회를 먹을 때도 정작 주요리인 생선회보다는 멍게, 낙지, 소라 같은 요런 '스끼다시'에 더 환장하는 '주변부의 입맛'을 가진 탓에 '마이너 메뉴'인 닭똥집에 더 꽂힌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무튼 매콤한 양꼬치에 칭따오를 들이붓다 보니, 타이완에서 '양꼬치에 환장해 10kg이 쪄버렸다!'며 절규하던 그 남자의 심정이 살짝 이해가 가긴 하더라. 중독될 듯한, 독특하게 묘하고 자극적인 양꼬치의 맛. 거기다 통마늘 구워 먹는 재미.

왼쪽부터 차례대로 통마늘, 닭똥집, 양꼬치. 사실 양꼬치는 맨 오른쪽에 두 줄뿐이고 가운데 오동통한 꼬치는 모두 닭똥집이다.
양꼬치는 이미 거의 먹어버린 상태. 숯불 위에 2층 철판이 있어 아래층에서 얼추 구워진 꼬치를 2층으로 올려 따땃하게 먹는 구조. 
독특한 양꼬치 철판 구이. 양갈비, 양꼬치 두 종류가 대센데 양갈비는 노린내가 좀 나는 편이라 양꼬치가 훨씬 먹을 만했던 듯.
1인분(꼬치 10줄) 9천원?

(조은 양꼬치 / 20111년 10월 / LG 옵티머스 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