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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지극한 사랑의 증표, 태사랑 지도 본문

딴나라유람/태국(2003,2004,2019)

지극한 사랑의 증표, 태사랑 지도

네루다 2014. 7. 24. 22:02

10년 만의 태국 여행을 준비하면서 새삼 내가 태국에 대해 참 모르고 있구나, 깨닫고 급 준비에 돌입.

요즘 거의 살다시피하는 태사랑 카페에 올린 글.

 

태사랑.

단언컨대, 이토록 정성 넘치고 갸륵한 여행카페는 없을 듯.

태사랑 운영자 요술왕자님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같지 않으리라'는 말이 생각 나.

 

 

드디어! 받았습니다.

어떤 님의 표현대로 '세상에서 제일 좋은 지도'라는, 태사랑 지도!


사실 엊그제부터 아파트 우편함을 기웃기웃거렸는데 안 보이기에 이상하다, 내 것만 빠졌나? 주소를 잘못 썼나? 하며

전전긍긍 지도 발송 게시판을 들락날락...하다


오늘 5만 년만에 집안 청소란 걸 하면서 '씨네21'과 '시사인'과 '참여연대' 소식지와 이런저런 청구서들 사이에 교묘하게 뙁! 낀

지도 발견! 애저녁에 집 안에 들어와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

(자기 버리고 혼자 여행 가겠다고 신난 마누라가 미워, 남푠이 감춰놓은 모양입니다 그려. 허허.)

그러거나 말거나,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보니...아앗...눈 부셔! ><


그런데, 지도를 받고 마냥 들뜰 줄 알았던 마음이...점점 가라앉는 건 왜일까요.

종이의 흰 공간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깨알같은 글그림이 빽빽하게 채워진 지도를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가슴 한 구석이 묵지근해지더란 말이지요. 콧속도 살짝 매워지고.


구분도 잘 안 가는 자그마한 골목과 숨은 길들 사이를 점점이 색색이 아슬아슬하게 가로지르는 버스 노선과 각종 표지판들...

수십, 수백 번 고치고 바꾸고 빼고 채워넣고 다시 빼고 고치고 채우기를 반복했을 숙소, 음식점, 박물관, 쇼핑센터들...

어떻게든 여행자들을 지키기 위해 사이사이 빨간 글씨로 강조해 넣은 보트 사기꾼, 왕궁 사기꾼, 비둘기 사기꾼, 현금 사기꾼들...

그러고도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고 마침표처럼 찍은 '잘못된 곳 바뀐 곳은 꼭 신고해달라'는 문구.


과연, 마음을 놓기는 할랑가요?

아니, 애시당초 이 지도에 '완성본'이란 게 있을까요?

아마 없겠지요. 2015년판, 16년판...흰 종이가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이 작업은 계속 되겠지요.


저도 엔간히 쓰잘데없는 일에 곧잘 식음전폐하며 달려들고는 하는 잉여로운 인간인지라,

대가없이 이유없이 순전히 '마음가는대로' 무언가에 매달려본 경험이 심심찮게 있어 왔지만,

이 지도 앞에서는, 걍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습니다.


정성, 배려, 수고, 책임감, 헌신...지도에 딱 어울리는 적확한 말을 찾지 못해 끙끙대다 포기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지극한 마음이, 어떤 지극한 사랑이 이런 수고를 기꺼이 감당하게 했을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더군요.

태국이란 나라는 참 행복하겠구나 싶었어요. 누군가들에게 이렇게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으니.

그들은, 알랑가요? 이 사랑을?


아, 그만해야겠어요. 감정의 위험수위를 넘실넘실...ㅎ 술도 안 마셨는데 이게 웬...;;;;

우야든동 지도 한 장(아니 네 장)에 괜시리 울컥해지는 밤입니다.


요왕님을 비롯해 지도를 만드는 데 기꺼이 귀한 시간과 마음을 보태주신 태사랑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꾸벅.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