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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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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양식/볼거리

조금 일하고 많이 벌기를! 유튜브 <22똥괭이네>

네루다 2020. 8. 23. 00:30

남편과 나는 고양이 덕후다.
나는 고양이 위탁 경험이 두 차례 있고(한두 달씩), 남편은 대학생 때 유기고양이 한 마리를 모신 적이 있는 찐 집사 출신.
고양이를 기르는 5년 동안 남편은 지독한 천식 환자였다. 매일 매일 심한 기침과 재채기, 심할 때는 호흡 곤란까지 달고 살았는데, 그것이 그냥 천식이 아니라 심각한 고양이 알레르기라는 것을, 고양이가 무지개별로 떠난 뒤 알았지 뭔가. ㅠㅠ

하여 우리는 고양이 덕후이자 랜선 집사다.
그림의 떡 보듯 매일 매일 남의 고양이들을 보며 침만 꼴딱꼴딱 삼키곤 한다. 세상에서 제일 가슴 아픈 말, ‘나만 없어 고양이.’를 되뇌며.
넋 나간 표정으로 고양이 채널에 머리 박고 있는 마누라가 불쌍해 보이는지 남편이 가끔 “고양이 키울까요?” 묻지만, 아서라 말어라. 고양이가 아무리 좋아도 하나뿐인 남편을 잡을 수야 있나. ㅠㅠ

관찰남네 개똥이, haha ha네 뚱땅이, 매탈남네 막내 등 주로 길고양이와 유기묘들이 내 최애 고양이들인데, 그중에서도 제발 잘 됐으면 하고 바라는 아픈손가락은 22똥괭이네.
젊은 아가씨가 자기 잠 잘 방도 따로 없고 ㅠㅠ 고양이들 다칠까 봐 변변한 조리 기구도 없이 사는데, ‘저 많은 고양이들 돌보며 밥은 먹고 사냐?’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안쓰럽고 대견하다.
고양이들은 한 놈 한 놈 너무도 사랑스럽지만 크고 작게 아프지 않은 놈 없고 기구한 사연 없는 놈도 없… 특히 할배, 기적이… 엉엉.

인간이 억지로 교배시켜 만든 예쁜 품종묘 데려다 연출하는 채널들은 100만 200만 쉽게만 오르던데, 우리 똥괭이네는 구독자 백 명 천 명 오르는 일이 어찌나 힘든지 보는 내 애가 탄다는.

집사가 살과 뼈를 갈아 아프고 버려진 괭이들 먹여살리는 채널, 고양이뿐 아닌 모든 생명의 귀함을 아는 채널, 보고 있으면 그저 행복해지는 채널, 22똥괭이네 마구 마구 흥해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