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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책] 너무 독특해서 소설 같지 않은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본문
독특한 소설. 한 마디로 독특하다.
2019년 독서 목록 가운데 가장 독특한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장르는 소설이라지만 솔직히 소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이 어느 날 죽기 전에 소설 한 편 써야지! 결심하고는 그냥 죽, 작법이니 뭐니 싹 다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 다 때려넣어 쓴 것 같은 느낌. 우리가 알던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
최대한 덜고 빼는 것이 소설 쓰는 자의 자세라 배웠는데, 정해진 소설의 작법, 정해진 규칙, 정해진 재미 따위 없다는 듯 어떤 부분은 묘사가 지루할 정도로 길고 자세하며(습지의 모습, 습지 생물 생태 등) 어떤 부분은 어라? 싶을 정도로 생략돼있고 불친절하다. 그래서 '소설적으로' 좋은 소설이라고는 결코 말하기 힘들지만, 분명 가슴을 묵직하게 울리는 뭔가가 있는 소설.
생물학자로 평생 살아온 작가의 이력답게 언뜻 생물학 도감 같기도 하고 인간극장 류의 휴먼 다큐를 보는 것 같기도 한데, 다 읽고 나면 분명 가슴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지 뭔가. 소설적 감동과 재미와는 또 다른, 집요함이 일궈낸 장인정신 같은 것이랄까.
몇년 새 주인공 한 명으로 이렇게 우직하게 끈질기게 밀고 나가는 소설을 본 적이 없는 듯. 소설 자체도, 주인공 카야도 참으로 묘한 매력의 소유자들이라, 오래 오래 두고 문득 문득 생각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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