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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하룻밤만더 (124)
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오랜만에 국내 여행. 강원도 양양 1박2일. 대포항에서 회 먹고 낙산해변과 낙산사 구경하고. 오고가고 10시간 넘게 혼자서 운전하느라 애쓴 욱, 미안하고 고마워. 대포항의 밤. 대포항 회가 싸고 푸짐하다는 얘기는 다 옛말? 광어랑 이것저것 담아주는 모듬회 말고, 평소 안 먹어 본 회를 먹자 해서 큰맘 먹고 7만 원짜리 쥐돔을 시키니 고등어회 몇 점과 산오징어 한 마리, 멍게 하나 따라나온다. 쌈채소랑 매운탕 값도 따로 내라네. 돈에 비해 회가 너무 적고(스끼다시가 없다! ㅜㅜ) 상차림보고 허걱- 시무룩했으나 먹다 보니 회가 맛있어 슬금슬금 기분 좋아짐. ㅎ 낙산해변 입구. 양양이 저런 뜻인 줄 처음 알았네. 정말 해오름의 마을이로구나. 낙산도립공원이로구나. 네네, 알겠습니다. 해돋이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
포항 중앙상가 실개천 / 죽도시장 / 호미곶까지 휘리릭.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고래고기'를 먹은 날. 중앙상가 실개천을 물어물어 찾았더니, 요런 특이한 폭포가 있네. 꼬맹이 왠지 처연하고 스산하여라, 실개천 물줄기를 바라보는 아줌니들의 뒷모습. 때는 이때다 하며, 신발 벗고 찰박거리면서 잠시 놀았다. 포항의 명물이라는 죽도시장. 과연? 문어도 있고 개도 있고(안 팝니다 -_-) 고래고기도 있다. 고래고기! 한 접시 1만 원. 호기롭게 시키긴 했는데, 저 기름진 접시를 보니 차마 그냥 넘기기 힘들어 맥주 한 병 시키고. 맨 왼쪽부터 등살, 뱃살, 간, 그리고 고래 곧휴. -0- 등살은 쫄깃했고 뱃살은 젓가락으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기름이 줄줄. 간은 고소, 고래 곧휴는 음... 호미곶 상생의 손. 사진..
2011년 1월 제주 여행. 폭설과 바람 앞에서 난감하게 즐거워하다. 체인이란 걸 처음으로 구경하고, 처음으로 체인을 감고, 언덕을 오르다 체인이 끊어지고, 그래서 공항 근처 렌터카 업체로 다시 가서 체인을 받아오고 하는 등...3박4일 내내 체인을 둘러싼 눈과의 실랑이가 계속된 여행. 이틀째 밤 제주로 나갔다가 숙소인 서귀포 호텔로 돌아가는 밤, 하필이면 공동묘지 근처에서 체인이 끊어져 차가 오도가도 못하고 계속 헛바퀴를 도는 바람에 '이것은! 제주 귀신들의 장난?' 하며 덜덜 떠는 나를, 특유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달래주던 욱. 밑에서 덤비는 눈발하고 싸우는 것도 힘든데, 귀신 나온다고 징징거리고 있는 늙은 여친이 얼마나 어이 없었을꼬. 지금 생각해도 참 부끄럽다. 그날, 그 식은땀 나던 경험..
2011년 1월. 욱과 함께 한 3박4일 제주 여행. 제주에 도착하고서 제일 먼저 만난 것은, 흩날리는 눈발이었다. 비행기가 땅에 닿으면서 점점 심해진다 싶더니 공항을 벗어날 무렵에는 제주 제일의 특산품인 '바람'과 손잡고 가히 '돌풍을 동반한 폭설'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제주에 온 첫날, 숙소로 가기 전에 제일 먼저 들르고 싶었던 곳은 4.3평화공원. 그동안 제주를 네 번 찾았으나 늘 홀로 여행으로 차 없이 걷거나 버스를 타고 다녔던 지라, 선뜻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자동차를 빌리는 여행이니, 그동안 못가본 곳을 마음껏 다녀보리라는 욕심을 세웠고, 덕분에 3박4일 내내 욱이 운전하느라 고생했다. 이 당시 욱이 운전을 시작한 지는 1년6개월이 조금 넘은 터라 생초보라기에는 그렇고, 능숙한 운전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