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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영혼의양식/읽을거리 (58)
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이런 걸 ‘역작’이라고 하는 거겠지.육식주의자, 채식주의자 불문 지구의 모든 동식물을 맘대로 먹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땅히, 읽어봐야 할 책.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만 윤리를 강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선을 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그 어떤 참혹함과 윤리에 대한 보고서. 한 글자 한 글자 목놓아 외치는, ‘이것이 바로 르포다!’
2019년 제 25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고, 쉽게 읽히지만 묵직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책을 추천해준 친구 빈 왈, "아무런 위인이나 역사적 사건이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그 어떤 설명보다 효과적으로 조선 시대 민중의 삶과 일상, 여성의 지위를 보여주는 작품"이며, "역사 팩션 동화의 새로운 길을 보여준 작품"이자 "실질 일상 역사 팩션"이란다. 백 번 지당하신 말씀. 삶이 녹아든, 살아있는 동화. 빼어나다. (표지 : 알라딘)
동화, 그중에서도 역사 동화를 읽을 일이 생겨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동화 잘 아는 측근들이 추천해준 작품을 중심으로 오래된 인기작 , , , 에서 최근작 까지 몇 권 몰아서 읽다 보니 '역사' 동화라는 장르의 확실한 매력을 알겠네. 생각보다 소재, 주제 등이 폭넓고 자유롭더군. 거기에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창조해낸 세계를 보는 즐거움까지. 분야의 고전답게 읽은 작품들 다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최고의 감동은 단연 이었다. 지금은 청소년 소설, SF 등으로 세계를 확장하고 있는 동화작가 김소연 님의 데뷔작. 동화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구나를 깨닫게 해준 작품. '완벽한 단편'이란 이런 것이구나, 또한 알게 해준 작품. 표지도 어쩜 이렇게 예쁠꼬. 을 비롯해 완성도 높은 중단편 3..
2020년에 읽은 최고의 책. 나온지 2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알게 돼 부끄러웠다.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손해인 삶이 있을까? 평생을 방에 누워 있어야 하는 중대한 장애, 자식에게 밥 한 끼 먹이기 어려운 처절한 빈곤, 누구에게도 호감을 사본 적 없는 추한 외모나 다른 성적 지향……. 이런 소수성을 안은 채 소외되고 배척당하며 자기 비하 속에 사는 삶이라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 책의 주요 모티프가 된 ‘잘못된 삶 소송’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다며 장애를 진단해내지 못한 의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의 한 유형이다. 이 소송은 우리에게 태어난 것이 태어나지 않은 것보다 손해일 수 있는가라는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1급 지체장..
외향형 인간은 내향형 인간을 손톱만큼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내향형 인간은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 개발서 무시하는 습관을 고쳐볼까 싶게끔 괜찮은 책. MBTI를 비롯한 심리 관련 지표들을 혈액형이나 별자리처럼 ‘비과학적 농담 따먹기식 사교 기술’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이구먼. 내향/외향 인간 성격은 유전자로 이미 대부분 결정된다는 놀라운 사실! 아닌데? 난 이럴 땐 외향적이고 저럴 땐 내향적인데? 해봐야 소용없… 어떤 성향을 타고 났든 사회화 되면서 상황에 맞게 외향형 가면과 내향형 가면을 적절히 바꿔 쓰는 것이라는……. 읽는 내내 시끄럽고 주장 강한 외향형들(여기서 엄청 뜨끔 ;;) 득세하는 세상에서 내향형들 살아가기 참 힘들었겠구나 싶었다. 내향형들아! 미..
요즘 미국 꼬라지를 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책, . 트럼프를 대통령 만든 중심 세력인 ‘교육받지 못한 기독교 백인 빈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책이다. -트럼프가 어떻게 대통령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교육받지 못한 백인 빈민들의 삶이 궁금하다면, -미국인들이 왜 그렇게 무식한지 궁금하다면! 지은이 역시 미국인 아니랄까 봐 ‘개인의 노오오력+아름다운 아메리칸 드림’으로 끝맺는 마무리가 읭? 스럽긴 하지만,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 (표지 출처 : 인터넷)
옥타비아 버틀러 장편소설 . ‘2019년 최고의 발견상’과 ‘최고의 SF 작품상’ 동시 수상작. (상 준 사람=나) 이 상 말고도 이것저것 ‘최고’란 말을 마구 마구 갖다 붙이고픈 책. 2019년에 이 책을 읽고 꺼이꺼이 울었다. 너무 늦게 만나서. 이제라도 알게 돼 천만다행이어서. 소설을 읽는 모든 이유와 목적을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책. SF 요소가 있어 SF 소설이라 부를 뿐, 굳이 장르의 범주에 욱여넣지 않고도 가뿐히 순문학 발라버리는 책. 읽으세요. 제발요! 세상에 안 읽은 사람 없게 해주세요! 세상에 옥타비아 버틀러 모르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표지 출처 : 알라딘)
우울증이구나 싶던 시기가 있었다. 매일 눈물이 터지고, 자다 깨는 것이 두렵고, 죽으면 괜찮아지겠지? 덜 고통스럽겠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차 있던 2년 전. 다행히 우울증(이라고 짐작되는 증상의)의 직접 원인에서 늦지 않게 빠져나왔지만, 한동안 몸과 마음 추스르기가 참 힘들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인생의 몇 달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이 흐릿하고 몽롱하다. 단기기억상실증처럼. 대책없이 낙천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에게 우울증이 몰고 오는 감정들은 감당하기 꽤나 힘든 것들이었다. 그동안 경험해본 적 없는 온갖 어둡고 비관적인 감정들이 대평원의 메뚜기떼처럼 몰려 와버리니 자존감은 지하로 파고 들고, 세상 쓸모없고 가치 없는 인간이 된 걱 같아 너무 비참하고, 뭘 해도 즐겁지 않고, 내일이라고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