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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영혼의양식/읽을거리 (58)
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얼마 전부터 모임 자매들끼리 추천도서 목록을 공유 중이다. 굳이 누구 추천 아니라도 책은 늘 읽고 있지만 홀로 독서라면 찾아 읽지 않을 책을 만나는 즐거움이 쏠쏠하더군. 이래서 독서 모임을 하는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 추천작으로 올라온 소설 . 2018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그동안 읽어온 수상작들 모두 문학성과 재미 두 측면에서 만족스러워던지라 퓰리처상에 대한 믿음이 강한 편인데, 요건 표지가 너무 가벼워 선뜻 손이 안 갔다. 그랬는데… 뭐야 이거. 재밌잖아! 사실 처음 도입부는 조금 힘들었다. 그런데 꾹 참고 초반의 정신 사나운 장광설을 견디니 엄청나게 기분 좋은 보상이! 코미디인 줄 알았더니 아름답고 뭉클한 로맨스더군. 이성애 로맨스 부럽지 않은 달달함과 뭉클함이! 왜 내 가슴이 벅차냐. ㅠㅠ 레..
1999년 4월, 미국 콜럼바인고등학교의 졸업반 학생 두 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해 같은 학교 학생과 교사 13명을 죽이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인 이 총격 사건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아이들이었기에 사회적인 파장이 더욱 컸으며, 그 후로 이 사건을 모방한 사건들이 계속해서 발생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사건 발생 17년 후 가해자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책으로,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사건의 발생 이유, 사건을 벌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해자 가족들이 겪은 생각과 ..
재밌다! 재밌어!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 문제를 이토록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탁월함이라니. 개인의 생생한 경험에 진지한 통찰이 얹히니 이런 역작이 나올 수 있구나. 영국 처음 갔을 때, 꽉 막힌 ‘계급’과 뭘 해도 타고난 계급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체념의 분위기가 나라 전반에 칙칙하게 깔려 있어 허걱 놀랐던 기억이 나네. 진정 여기가 산업혁명의 나라 맞아? 현대 유럽 맞아? 싶었던... 혁명은 저변에서, 가장 밑바탕 사람들의 삶에서, 미래 주역인 아이들의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책. (표지 출처 : 알라딘)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소설을 만날 때의 즐거움. 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나다. 이게 바로 책 읽는 재미, 소설 읽는 재미지! 나이지리아 소설. 군데군데 인물들이 흑인임을 깨닫게 해주는 문장을 읽으며 화들짝 놀라곤 했다. 맞아, 배경은 아프리카고 등장인물은 흑인이었지. 이 얼마나 뼛속 깊은 백인중심주의냐. 에서 '나'를 맡은 인물은 쉽게 말해 한 마디로 '썅년'이지만 나쁜 년인데 차마 미워할 수만은 없고, 매력 있지만 좋아할 수도 없는 복잡다난한 심사를 불러 일으키는 인물. 이 작가의 작품 더 읽어보고 싶군.
독특한 소설. 한 마디로 독특하다. 2019년 독서 목록 가운데 가장 독특한 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장르는 소설이라지만 솔직히 소설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이 어느 날 죽기 전에 소설 한 편 써야지! 결심하고는 그냥 죽, 작법이니 뭐니 싹 다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 다 때려넣어 쓴 것 같은 느낌. 우리가 알던 소설과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 최대한 덜고 빼는 것이 소설 쓰는 자의 자세라 배웠는데, 정해진 소설의 작법, 정해진 규칙, 정해진 재미 따위 없다는 듯 어떤 부분은 묘사가 지루할 정도로 길고 자세하며(습지의 모습, 습지 생물 생태 등) 어떤 부분은 어라? 싶을 정도로 생략돼있고 불친절하다. 그래서 '소설적으로' 좋은 소설이라고는 결코 말하기 힘들지만, 분명 가슴을 묵직하게 울리는 뭔가가 있는 소..
살면서 참 운좋다고 느끼는 한 순간. 아무 정보도 없이 우연히 집어든 책이 그야말로 '대박'일 때 꼭 복권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몇천 원이 아까워 복권은 물론 안 사지만). 우연의 책읽기가 주는, 갑작스러운 행복은 어찌나 두근두근 달달한 지. 얼마 전에 엄청 큰 복권 맞았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아우라 풀풀 풍겨주시는 여행기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휘리릭 읽어보세, 펼쳤다가 이내 정신 바짝 차리고 무릎 꿇고 앉았다. 공부하듯 꼼꼼히 필사 하며 읽은 책. 머리를 울리고 가슴을 치는 문장들이 얼마나 많은지, 받아 적느라 손목이 다 아플 정도였다. 책을 펼치기 전 팀북투는 생전 처음 듣는 낯선 곳이었으나, 책을 덮고 난 뒤 팀북투는 몸은 비록 가보지 못했으나 마음은 오래도록 머문 곳이 되었다. 유럽과 ..
‘글쓰기’ 관련 책은 쓸데없이 실용적일 것 같아 평소 독서 목록에 아예 넣질 않았는데 측근 모임에서 우연히 은유 작가 얘기를 들었다. 책이 잘 팔리고 강연도 많이 다닌다고. (난생 처음 듣는 작가였는데! @@ 이럴 때면 내 독서 편력이 얼마나 좁고 얕은지 깨닫게 된다. ;;;) 호기심에 가볍게 들춰보았다. 단순히 ‘작법’ 책이 아니라 지은이가 오랫동안 열어온 글쓰기 강좌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글쓰기와 상관없이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책’과 ‘글쓰기’에 가까워지는지, 글쓰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어떻게 자신을 발견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읽기와 쓰기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랄까. 쉽게 잘 읽힌다. 이 책..
문득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이 오규원 잠자는 일만큼 쉬운 일도 없는 것을, 그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어 두 눈을 멀뚱멀둥 뜨고 있는 밤 1시와 2시의 틈 사이로 밤 1시와 2시의 공상(空想)의 틈 사이로 문득 내가 잘못 살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내 머리에 찬물을 한 바가지 퍼붓는다 할말 없어 돌아누워 두 눈을 멀뚱하고 있으면, 내 젖은 몸을 안고 이왕 잘못 살았으면 계속 잘못 사는 방법도 방법이라고 악마 같은 밤이 나를 속인다 ---------------- 언제나처럼 하릴없이 누워 엎치락뒤치락, 들라는 잠은 못 들고 스마트폰만 만지작대다 이 시를 발견했다. 시가 시인 이유. 시인이 시인인 이유. 늘 속삭이는 악마 같은 밤 때문에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