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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타이완을 세 번 갔는데, 공교롭게도 세 번 다 출장이었다. 한 번은 가오슝 출장, 한 번은 유럽 출장 중 타이베이 경유, 또 한 번은 타이베이 출장. 다행히 그 출장들이 모두 '여행'이 주가 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많이 보고, 다니고, 먹고, 즐길 수가 있었고, 타이완은 그래서 내게 참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다. 뿌리가 같다지만 중국 본토보다 덜 번잡스럽고 훨씬 덜 그악스러운 느낌? 미식 천국 가오슝에서의 어마어마한 맛기행 덕에 1주일만에 3kg이 불기도 했고 타이베이에서는 예약한 숙소 이름을 잘못 알아서 택시 타고 밤거리를 헤매기도 했지만 한 번도 이 나라 별로라거나, 위험하다거나 불안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라가 작다 보니 웬만큼 먼 여행지도 2, 3시간 안에 움직일 수 있고 물가 싸고 음식 맛..
누군가가 그러던데.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이유는 베르사유 궁에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웬 개코같은 소리야- 하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화장실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화장실의 개념이 달랐던 것이 아닐까. 지금이야 집안에 떡하니 들어앉은 화장실, 내가 눈 똥오줌을 들여다볼 새도 없이 아까운 수돗물로 흘려보내는 수세식 변기가 전부인 듯 싶지만, 옛날 우리네 뒷간(측간)은 '자연' 그 속에 있지 않았던가. 정원 곳곳 똥무더기가 넘쳐 하이힐이 발달했다는 베르사유 궁이야말로 서양식 '자연 화장실'의 실천 사례가 아닐까 싶기도. 여하튼, 말로만 듣던 베르사유 궁의 감상은 첫째, 기대했던 것보다는 '궁' 건물 자체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 그리고 소박한 건물에 비해 나름 화려했던 내부와 엄청난 규모의 정원? 규..
대학원 사람들과 강원도로 학회(를 가장해 놀러) 간 욱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보내왔다. 대관령 양떼목장? 삼양목장인가 그렇다는데, 촐촐 비에 젖어 부르르거리는 양들이...귀엽다. ><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양고기와 양털과 방목의 문화'가 아닌지라, 양은 참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생각해보니 실물은 한 번도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듯. 갈 곳 한 군데 더 추가. 나이는 자꾸 먹어가는데, 가고 싶은 곳은 줄지를 않네. 메에에에~ 저 토실토실한 엉덩이 한 번 만져봤으면! @@ (2011년 8월 / 대관령 / 욱 아이폰 사진)
포항 중앙상가 실개천 / 죽도시장 / 호미곶까지 휘리릭.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고래고기'를 먹은 날. 중앙상가 실개천을 물어물어 찾았더니, 요런 특이한 폭포가 있네. 꼬맹이 왠지 처연하고 스산하여라, 실개천 물줄기를 바라보는 아줌니들의 뒷모습. 때는 이때다 하며, 신발 벗고 찰박거리면서 잠시 놀았다. 포항의 명물이라는 죽도시장. 과연? 문어도 있고 개도 있고(안 팝니다 -_-) 고래고기도 있다. 고래고기! 한 접시 1만 원. 호기롭게 시키긴 했는데, 저 기름진 접시를 보니 차마 그냥 넘기기 힘들어 맥주 한 병 시키고. 맨 왼쪽부터 등살, 뱃살, 간, 그리고 고래 곧휴. -0- 등살은 쫄깃했고 뱃살은 젓가락으로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기름이 줄줄. 간은 고소, 고래 곧휴는 음... 호미곶 상생의 손. 사진..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Provence) 아닌, 파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전원 마을 프로방. 파리 갈 때마다 쥐며느리처럼 파리에만 콕 박혀 있었는데, 세 번째 걸음에서야 비로소 파리 바깥으로 눈을 돌렸다. 이제 슬슬, 파리 밖으로도 나다녀볼까? 싶어 찾았던 곳. 기차 타고 1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작은 마을 프로방. 파리에서 프로방 가는 기찻길 옆 풍경도 좋더라. 찾은 날이 하필 일요일이라 그런지, 지독히도 사람이 없었다. 카페/식당/기념품 가게 모두 문을 닫았고, 하릴없이 텅 빈 거리와 골목을 혼자 누볐는데, 잠깐 비 뿌리다가 개고, 또 비 뿌리다가 개다가 급기야 마을 위를 둥글게 걸친 무지개를 보는 행운을. 작고 소박하고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문득 문득 생각나는 예쁜 마을 프로방. 한 달 ..
아마도 쥔장이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을 보았으리라 짐작 되는 이름인 카모메. 오니기리, 즉 일본식 주먹밥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두 평이나 되려나? '바'를 사이에 두고 손님과 요리사들이 마주 보고 있다. 2천 원 안팎의 다양한 주먹밥들. 그중에 내가 즐겨먹는 것은 구운 명란 주먹밥. 쓰윽 명란 냄새만 풍기며 지나간 것이 아니라 밥 안에 제법 섭섭치 않게 구운 명란이 들어차 있다. 진짜 여자 주먹만한 주먹밥을 다 먹는 동안 고소하고 짭조름한 명란을 끝까지 느낄 수 있으니, 이것 참 물건. 다만 단점이라면, 음식이 조금 짜다는 것인데, 명란이야 태생이 젓갈이니 짜다고 해도 옆 사람 먹는 치킨 커리 주먹밥이랑 고추장 불고기 주먹밥까지 슬쩍 곁입질 해본 결과, 역시나 짰다. 워낙 싱겁게 먹는 터라 내 입맛..
2009년 4월. 올레길을 걸었다. 바다와 들과 마을과 오름과 골목길을 걸으면서 어느 곳 하나 아름답고 푸근하지 않은 곳이 없었는데, 유독 한 군데, 공기부터가 제주의 다른 마을들과 다른 곳이 있었다. 그 공기는 뭐랄까...결기 같은 것? 그 마을은 강정마을이었다. 그때 이미 싸움 중이었고, 여전히 싸움을 멈추지 않은 곳. 단란했던 공동체가 해군 기지 찬성/반대로 나뉘어 갈기갈기 찢겼다는 기사에 마음 한 구석이 욱씬. 의롭고 긴 싸움을 앞둔 사람들의 의지, 분노, 희망...같은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읽혔던. 외로워보였지만, 오롯이 꼿꼿했던 노란 깃발 하나. 해/군/기/지/결/사/반/대 2년 전에 찍은 사진이지만, 여전히 저 깃발은 그곳에서 펄럭이고 있겠지. 제주에 곧 경찰이 들어갈 거란다. '제 2의 4...
짧게나마 여행 다녀오면 좀 괜찮을줄 알았는데, 아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또 가고 싶고, 더 멀리 가고 싶고, 더 오래 오래 남의 나라를 떠돌고 싶어 코를 킁킁거리고 있다 보니 자꾸 옛 여행 사진들만 들춰보게 되네. 무슨 옛사랑 첫사랑 추억 더듬기도 아니면서. 다시 가게 되겠지. 꼭. 체코 체스끼 끄루물로프. 동화 속 마을처럼 빨간 지붕이 아기자기 어여뻤던. 동화라면 여기가 본좌. 독일 퓌센 노인슈반스타인 성. 디즈니 만화 백설공주의 배경이었다나. 체코 프라하에서 가장 내 마음을 울렸던 기념물. 종교 개혁가 얀 후스 기념비. 독일 뮌헨 레지덴츠 안. 아찔할 만큼 화려했다. 지금도 변함없이 저런 차림으로 연주하고 있겠지. 오스트리아 빈, 모짜르트 오케스트라. 프랑스 빠리 쁘띠팔레. 정말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