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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기억에서 끄집어내다. 벌써 10년도 더 지났네. 2003년 세계도자비엔날레에 파견 근무 나갔을 때였지. 광주 조선관요박물관에서 석 달을 먹고 자며 일했더랬다. 가을이라지만, 허허벌판이었고 바람이 많이 불어 많이 추웠던 기억. 전통 가마가 지어지는 것을 기록하느라 곱은 손 호호 불며 아침저녁으로 지켜봤던 기억. 도자기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만나지 않았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짧고 아픈 사랑을 했고... 정작, 지냈던 광주 박물관이나 도자비엔날레 사진은 하나도 없고, 딱 한 장, 출장 겸 짧게 나들이 갔던 여주에서 이 사진 한 장만 남아 있다. 절벽 위의 절, 그리고 그 밑을 푸르게 출렁이던 강물이 강렬했던 곳. 신륵사. 다시 가볼 날이 있겠지.
결혼 후 처음 맞는 추석 명절. 욱의 부모님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시고 형식, 절차 이런 거 안 따지는 분들이라 힘들게 진주에 올 거 없이 서울과 진주의 중간 쯤에서 만나 팬션 빌려 놀자고 하시는 게 아닌가. 오, 울엄마 말마따나 정말 '신식이신 분들!'이라 생각하면서도 '결혼하고 첫 명절인데...정말 그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도 뭐, 어른들이 그러자시니... 대천 한화콘도 빌려 2박3일 잘 놀(아무래도 시부모님과 함께니 죽자고 편히 잘 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았다. 보령시 근처에 있던 갈매못 성지. 처음 와봤는데, 장중하면서도 개성 있는 건축물로 마음에 쏙 들었던 곳. 그러나...역사를 알고 나니 처연하고 슬픈 곳.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바닷가 순교성지로, 수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언덕 ..
여수세계박람회 개막을 알리는 이메일을 받으니 덩달아 감개무량. -_- 프리랜서로 아무 일이나 닥치는대로 하다 보면, 보수나 노동강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땡기는' 일을 맡게 되는 경우가 있다. 조건은 단 하나. '출장' 다니는 일. 해외면 두말할 것도 없고, 국내도 뭐 '고맙습니다' 재작년에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와 연이 닿아 책 만드는 일을 하고 나서 또 다시 일해달란 호출이 와서 부랴부랴 다녀온 3월. 운 좋게 현장을 미리 볼 수 있었다. 2년 전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곳이 상당히 그럴싸하게 꼴을 갖추었더라. 개막을 불과 일주일 정도 앞둔 지금은 또 달라져 있겠지. 돈 지랄이네 세금 잡아먹는 하마네 어쩌네 해도, 여수 사람들이 박람회에 얼마만큼의 간절한 기대와 바람을 담고 있는가를 아는지라, 그저 무사히,..
듣기만 하던 '북서울 꿈의 숲'을 가다. 한겨울의 스산함이 고즈넉하게 내려앉은 곳. 몹시 추워서 제대로 즐길 겨를이 없었다. 다만, 공원 규모가 굉장히 크고, 비행기를 닮은 건물이 있다는 기억뿐? 데리고 갔던 후배 왈, "5세훈이 유일하게 잘한 일"이라는데, 동네 주민들로서는 그렇게 느낄만 하겠다. 하지만 요거 하나 꾸밀 돈이었으면 공원 없는 동네마다 작은 공원 하나씩 다 만드는 훨씬 더 좋았을 것 같은 느낌.비행기를 닮은 건물.북카페도 있고 값싸고 먹을만한 음식점도 있고 그렇단다. 맨 뒤에 대롱대롱 매달린 건물이 전망대.얼어붙은 연못.산책길.대나무숲. 몹시 추웠던 날. (북서울 꿈의 숲 / 2012년 1월 / LG 옵티머스 큐)
소설 쓰는 후배뇬이 난데없이 파주영어마을에서 알바를 시작했다기에, 얼굴이나 볼겸 슬렁슬렁 파주영어마을이라는 곳엘 갔다. 영어마을이라는 곳이 전국에 몇 개 있고, 그나마 파주에 있는 곳이 규모도 크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만 얼핏 들었을 뿐, 당췌 어떻게 생겨먹인 곳인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는데(알고 싶지도 않았는데)...도착하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참으로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영국의 '스톤헨지'를 본뜬 것으로 짐작되는 거대한 고인돌(그러나 스치로폼인 것이 너무나도 잘 보여서...'안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구나, 하고 처음 느꼈 ;;)이 자리한 정문에서부터 허걱- 소리 나오더니,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정말로 황당하고 어이없는..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 * 2011년 4월 28일~5월 6일 벌써 12회째구나. 명색이 고향이면서도 전주영화제에 제대로 참석해본 적이 없었다. 3년 전쯤, 우연히 집에 온 기간이 맞아 영화 한 편 보고 올라갔던 게 유일한 참여. 이번엔 마음먹고 누비고 있다. 영화 11편을 예매했고, 개막 다음날부터 영화의 거리에 출근도장 찍고 있는 중. 지금까지 '그들의 이야기는 어디에?' / '인사이드 잡' / '울부짖는 남자' / '카라크레마다' / '옥희의 영화' / '동굴 밖으로' / 6편을 보았고, 5편 남았다. 내일이 고비다. 무려 3편. 과연 3편을 견딜 수 있을가? 두 편 보고 나면 진이 빠져버리니 원. 옛말 그른 거 하나 없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1초라도 젊을 때, 부지런히 보고 다니고 즐겨야..
작년, 모 기업 사보 취재차 찾아갔던 충북 음성 정크아트공원. 공원이라기에는 민망하고 야외 전시관이라 하기에도 너무 벌판인 그곳에, 쓰레기와 폐품으로 만든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윤영기 씨라는, 수줍음 많고 손끝 야무진 정크아티스트가 만들어낸 놀라운 정크아트의 세상. 젊지 않은 나이에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사비 털어 폐품과 고철 속을 뒹구는 그를, 가족들도 썩 달가워하지 않고 세상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건만, 그는 참으로 오랜 시간 홀로 묵묵히 공부하고 연구하며 자신만의 정크아트를 일궈왔다. 친환경, 생태 따위 말로만 나불대왔고, 이젠 그나마 나불대지도 않는 이 사회에서 쓰레기와 폐품을 주워다 만드는 그의 예술이 제대로 예술 대접 받을 그날이 과연 올 것인지. 꼭 한 번 들러보시라. 정크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