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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풍농월, 짧고 긴 여행 이야기
전주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고향의 맛, 현대옥. 나에게 전주 콩나물국밥은 삼백집도 웽이집도 아닌 바로 이 현대옥이다. 남부시장 허름한 한 귀퉁이에서 할머니 두 분이 장사하시던 그 시절, 1시 전이면 장사가 끝나 버려 도통 시간 맞추기도 어려웠다. 어렵사리 영업 시간에 맞춰 김 한 봉지 사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 겨우 자리에 앉으면(한 번에 3, 4명 겨우 앉을 수 있는, 바 형식의 탁자가 다였다.) 힐끗 돌아본 주인할머니 입에서 나오는 말 두 마디. "맵게, 안 맵게?" 퉁명스러운 듯 거두절미, 일체의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두 마디. 콩나물, 파, 고춧가루, 시원한 육수 한 뚝배기 그득 담아 내주시면 땀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먹고,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싹싹 핥아먹곤 했지. 서울에서 늘 생각나..
월드컵경기장역 편의점 앞 탁자 위에서 발견한 엉뚱한 조합, 부케와 컵라면. 아마도 친구의 결혼식에서 받아왔을 누군가가 놓고 간 듯한 부케. 놓고 간 것인지 버리고 간 것인지...?라면 찌꺼기 옆에 있으니 몇 시간 전까지 화려했을 부케도 덩달아 초라해 보이는군. 결혼이란 것이, 먹다 남긴 컵라면처럼 다급하고 남루하고 현실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은유?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먹고 간 찌꺼기는 치우고 가는 매너는 좀 갖춥시다.
작업하러 2박3일 들어갔다가 정작 일은 안 하고 삼겹살 실컷 먹고, 삼림욕 실컷 하고 돌아온 충북 제천 클럽ES리조트. 그렇지. 원래 말이 안 되는 거였지. 이렇게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숲속에서 감히 '일 따위'를 하겠다고 생각한 자체가...어불성설이라 이거지. 콘도니 펜션이니 많이 안 다녀보기도 했지만, 들어서는 순간 엄청 큰 문화적 충격을 받은 클럽ES. 세상에! 이런 곳이 있다니! 돌아오고 나서 꽤나 끙끙댔지. 또 가고 싶어서. 그러다 회원이 아니면 가기 힘들다는 말에 아예 갖고 싶어서 심각하게 땡빚을 내서 사야 하나 한동안 고민도 하고... 들어서는 입구의 아우라, 남다르다. 산중턱에 자리한 품새부터 심상찮아. 산과 물. 가장 완벽한 풍경의 어울림. 좋다! 중후한 원목 가구로 채워진 실내. 특히 ..
40 평생 처음 가본 에버랜드. 죽일놈의 삼성 것은 먹지도 입지도 쓰지도 않겠노라 다짐하면서 그 흔한 전자제품 하나 없이 '삼성으로부터 순결한 삶'을 완벽하게 지켜왔건만... 작년에 다녀온 싱가포르 유니버셜 스튜디오가 사무치게 그리운 나머지, 그만 놀이동산의 유혹에 무너지고 말았...oTL 그래, 입장료만큼 뽕뽑아주겠어! 작정하고 간식 하나도 안 사먹고 미친 듯이 놀았다. 우리나라 대표 놀이동산이라기에는 너무 오래 되고, 낡고, 전체적으로 우중충하고 칙칙한 색감에 단장이 덜 돼 첫눈에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그럴싸한 놀이기구 덕에 상쇄했네. 예전 자연농원 시절의 전통답게 다양한 동물을 볼 수 있었던 건 기대 밖의 수확. 튤립 축제가 막 시작되던 시기라 눈이 시린 튤립 만발. 튤립의 향연. 선명한 색깔들...
기억에서 끄집어내다. 벌써 10년도 더 지났네. 2003년 세계도자비엔날레에 파견 근무 나갔을 때였지. 광주 조선관요박물관에서 석 달을 먹고 자며 일했더랬다. 가을이라지만, 허허벌판이었고 바람이 많이 불어 많이 추웠던 기억. 전통 가마가 지어지는 것을 기록하느라 곱은 손 호호 불며 아침저녁으로 지켜봤던 기억. 도자기가 아니었으면 절대로 만나지 않았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짧고 아픈 사랑을 했고... 정작, 지냈던 광주 박물관이나 도자비엔날레 사진은 하나도 없고, 딱 한 장, 출장 겸 짧게 나들이 갔던 여주에서 이 사진 한 장만 남아 있다. 절벽 위의 절, 그리고 그 밑을 푸르게 출렁이던 강물이 강렬했던 곳. 신륵사. 다시 가볼 날이 있겠지.
작년에 일본 출장 다녀온 작가님이, 내 부탁으로 특별히 찍어다주신 건담. 대지진 방사능 사고 이후 일본에 발 디딜 일은 없을 거라 굳게 결심했기에, 눈물 흘리며 사진으로만 만족하기로. 그 안에 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지만, 모르는 척 귀 닫고 눈 감고 그냥 사는 거랑, 알면서도 굳이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거랑은 다르다고 믿기 때문에, 미안하고 안타깝지만.
밀가루 소화능력이 거의 제로라, 면음식은 가까이 해서도 안 되고 다행히 그닥 좋아하지도 않지만 가끔씩 기름지고 달달한 중국 음식이 땡길 때가 있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아니고 욱 연구실 식구들 회식자리에 얼결에 끼어 함께 했던 삼청동 공리. 건물 생김생김과 꾸밈이 참으로 예뻐 마음에 들었던 곳. 참 예쁘다. 색깔도 그렇고 건물 생김도. 낮엔 어떤 느낌일까 궁금. 삼청동 거리가 내려다보인다. 씐나서 저 창문을 열었다가 안 닫혀서 -_- 결국 직원을 불러 수습. 진땀 좀 흘렸네. 깔끔하고 정갈한 식탁. 맛있었던 것 같은데...음식 맛이 딱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 함정. ;;; 중국 음식이 뭐 다 거기서 거기...는 아니겠지만...뭐 일단 짭쪼름 볶은 땅콩과 매콤한 무절임만 있으면 끝이 아니겠는가. 우하하..
결혼 후 처음 맞는 추석 명절. 욱의 부모님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시고 형식, 절차 이런 거 안 따지는 분들이라 힘들게 진주에 올 거 없이 서울과 진주의 중간 쯤에서 만나 팬션 빌려 놀자고 하시는 게 아닌가. 오, 울엄마 말마따나 정말 '신식이신 분들!'이라 생각하면서도 '결혼하고 첫 명절인데...정말 그래도 되나?' 싶었다. 그래도 뭐, 어른들이 그러자시니... 대천 한화콘도 빌려 2박3일 잘 놀(아무래도 시부모님과 함께니 죽자고 편히 잘 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았다. 보령시 근처에 있던 갈매못 성지. 처음 와봤는데, 장중하면서도 개성 있는 건축물로 마음에 쏙 들었던 곳. 그러나...역사를 알고 나니 처연하고 슬픈 곳.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바닷가 순교성지로, 수많은 신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언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