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니 마트 할인이니 관리비 할인이니 종류별로 신용카드가 넘쳐나는 시대에, 신용카드를 딱 한 장만 쓰고 있다. 포인트니 무슨 무슨 혜택이니 다 필요 없고 내가 목 매는 딱 하나, '아시아나 마일리지'. 내가 쓰고 있는 카드는 발급이 많이 안 된 데다, 생기고 나서 곧 없어져 아는 사람만 알고 쓰는 사람만 쓴다는 전설의 아시아나 마일리지 적립 카드인 '국민 아시아나 프렌드 카드'. 1000원당 1.5마일리지 적립으로 동급 최강의 적립률을 자랑하는 바로 그 카드. 
해외여행에 맛들이면서 '마일리지'에 눈을 떴고, 이것저것 고민한 결과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이 단연 마일리지 활용이 좋다는 것(가령 제주도 왕복에 필요한 마일리지 : 대한항공-12000 / 아시아나 10000, 해외는 더 많이 차이 난다)을 알게 된 뒤 내 소비 방식은 곧 '아시아나 마일리지 쌓기'와 연동되어 버렸다.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쌓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굵직굵직한 생활비는 당연하고 통신요금, 공과금, 보험료, 한의원에서 침 맞는 값, 밥값, 교통카드...암튼 신용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카드로 긁어대는 ;;;-으로 살아온 지 어언 몇 해. 얼마 전부터는 쇼핑도 아시아나 홈페이지 '샵 앤 마일즈'에서 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차곡차곡 쌓인 마일리지 덕분에 그 동안 제주도도 2번 공짜로 다녀오고 살림살이도 장만하고 쏠쏠히 누렸다. 틈만 나면 아시아나 홈페이지 들어가 마일리지 확인해보는 것이 낙이면 낙이랄까.

 


   그런데...보다 보니 몰랐던 사실 하나 알게 됐으니 바로 '스타얼라이언스 세계일주'. 아시아나가 속한 스타얼라이언스 동맹 항공으로
   세계 여행이 가능한데, 뭣 모르고 6만5천 점을 홀랑 써버렸다. 제주도 2번 다녀오고, 좌훈기(!) 사고. ;;;
   스타얼라이언스 한붓그리기를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악착 같이 안 쓰고 모아두는 건데. 그럼 벌써 13만 점. 스타얼라이언스 한붓
   그리기로 자잘한 일정의 세계일주도 가능한 점수. ㅜㅜ
   뭐 뒤늦게나마 알았으니 다시금 목표 설정하고 있는 중. 틈나는 대로 보면서 한붓그리기 최적코스를 만들어보는 것이 요즘의 낙. 

 

   스타얼라이언스 한붓그리기 아시아 예제(태국으로 들어가 네팔과 태국 왕복하고 싱가포르에서 나오는)
   8000마일까지는 5만 마일이 공제된다. 세금 모두 합해 36만 원 정도면 태국, 네팔, 싱가포르를 여행할 수 있는 것.
   그밖에도 일본으로 들어가 태국으로 가서 베트남에서 나오는 것등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코스가 무궁무진하다.

 

   스타얼라이언스 한붓그리기 유럽 예제.
   유럽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마일리지로도 도저히 싸게 안 나오는데, 다행히도 우리에겐 스웨덴과 터키가 있다는 사실! ㅜㅜ
   중국 거쳐 스톡홀름으로 들어가 이스탄불에서 나오는 코스가 겨우 5만5천 마일밖에 되지 않는다. 
   세금은 50만 원 정도. 가장 해보고 싶은 실행 코스. 
   발권할 것도 아니면서 항공 스케줄 보고 있으려니 히죽히죽 웃음이 난다. 언제든,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마일리지가 주는 행복.

 





고양이를 좋아하고, 함께 살고 싶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하고 있기를 몇 년째.
(남친의 고양이 털 알레르기가 가장 큰 걸림돌! ㅜㅜ)
하루 두세 번씩 디씨 고양이갤러리 들어가서 눈팅 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다.

2주 전 생일에, 의도치 않게 찾아간 고양이카페. 생일을 고양이들 틈에서 보내니 이 아니 좋을쏘냐...
사람도 많고, 고양이도 많고...그런데 생각만큼은 편하지가 않아서(동물원에 와 있는 심정 같았달까 ;;;)
자주 가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냥 하루, 눈 요기 마음 요기 잘 했다 생각하기로.

입구 주문대에 떡- 하니 누워 주무시는 샴 고양이. 입가에 커다란 점. 먹을 복 많겠구나.

그동안 샴은 별로 매력이 없는 고냥이(너무 길쭉하고 커서 귀엽지 않다고 ;;)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녀석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음. 
크고 길쭉한 대로의 매력과 고냥이만의 숨길 수 없는 귀여움 >< 을 갖고 있더군.

풍채도 보무도 당당한, 고양이다락방의 서열 1위. 뱅갈. 와우...

뱅갈이라는 종 이름에 딱 어울리게 진한 표범 무늬하며 커다란 덩치하며, 그야말로 '짐승'의 당당함을 마음껏 풍겨주시는 녀석.

와우, 앉아있는 저 엉덩이 봐라. 그야말로 '거묘'의 자태.

그러나! 이 녀석도 고양이는 고양이. 사과가 든 내 가방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며 호기심 가득하게 탐색 놀이 중.

작은 표범같은 녀석이 슬쩍 다가와 깜놀.

이 녀석 이름이 '나애리'란다. ㅎㅎ 우리의 가엾은 하니가 '나애리 고 계집애!' 씩씩대며 달리게 만들었던 그 나애리.

'꼽냐?' 하며 꼬나보는 눈길이 예사롭지 않음.

아아, 로망묘 중 하나 깜장 고양이. '올블랙'이란 이름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얼핏 보면 눈코입도 잘 안 보이는 까망이.
아흑 귀여워. 저 곱고 반지레한 자태. ><

자칫 융단의 일부인 줄 알고 밟을 뻔? >< 

고양이판에 끼어 놀고 있는 사람들. 

푸훗- 웃어서 미안. 근데 너 참...못생겼다. ㅎ 눈알 땡그랗고 얼굴 납작한 스코티시 폴드-

사료와 간식 배분에 대해 흰둥이, 삼색이, 까망이 3자 회담 중. 보아하니 협상 결렬되고 싸-한 분위기로 파장하려는 모양.

아아...예쁘다. 고양이 카페에서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았던 녀석. 영롱한 눈동자와 저 개구진 표정! 아마도 아메숏?

아흑, 한 번 안고 쓰다듬 쓰다듬 해보았으면.

아흑 좋아라. 손길 좀 느낄 줄 아는 녀석.

'고양이 물 먹는 거 첨 보냐?' 티꺼운 표정의 러시안 블루. 쯔아식. 

아이구 만사 다 귀찮네그려. 팔자 늘어진 고양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스코티시 폴드.

와우 이뻐라. 무늬 영롱한 아메숏. 또 하나의 로망묘. 그러고 보니 까망이, 고등어, 아메숏 등 색깔 진한 아이들을 좋아하는군. 
물론 삼색이 치즈 태비 다 예쁘지만서도. 그야말로 그림의 떡, 사진 속 고양이들. 

(신촌 고양이카페 / 2011년 11월 / LG 옵티머스 큐)
   













 

필리핀 여행에서 묵었던 숙소 가운데 가장 비싸고 호화로웠던 따가이따이 에스탄시아 리조트.

목적지로 옮겨 가려면 교통비는 어쩔 수 없고, 현지에서 먹을 수 있는 건 다 먹고 보자는 주의(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인 데다, 현지 기념품(냉장고 자석! @@)과 구두(여행하는 도시마다 구두나 부츠를 꼭 하나씩 사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최근 깨달았 ;;;)는 반드시 사야 하는지라, 여행에서 아낄 수 있는 항목은 숙소 뿐이다. 잠자리에 그다지 까탈스러운 편이 아니어서(단, 귀가 밝기 때문에 조용해야 한다.) 좀 더럽고 좀 냄새 나고 좀 허름하면 어떠랴 싶다. 춥지 않고 비만 피할 수 있는 곳이면 됐달까. 그래서 여행 숙소를 고를 때는 제일 싼 곳부터 찾는다. 다니다보니 이젠 요령이 좀 생겨서, 아고다나 호스텔닷컴에 올려놓은 사진들만 봐도 대충 견적이 나온달까. 싸면서도, '가격 대비 괜찮은' 숙소를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가이따이에서는 '싸고 괜찮은' 숙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일단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이 드물었고, 필리핀 현지인들이 손꼽는 휴양지(겸 신혼여행지)여서인지 고급 호텔과 리조트가 대부분.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따알 호수가 보이는 좋은 리조트에서 묵자! 해서 고른 에스탄시아 리조트. 2인 디럭스룸 1박에 7만 원? 정도였고, 2박에 (수수료 포함) 15만 원 가까운 돈이라(내 숙고르는 기준에선 그야말로 초호화+사치+과소비+분에 넘치는+주제도 모르는+겉멋만 든+간이 배밖으로 나온, 설라무네 등등의 사건인지라 결제하는 손이 후덜덜 떨리더라. 그런데! 도착하자마자 그런 후덜덜함 따위 사르르 사라져버리고, 아 좋다! 좋구나! 좋아부러! 

에헤라디야~ 노래가 얼쑤!

 

   디럭스 룸. 깔끔하고 차분한 방. 정갈하면서도 있을 것 다 있고 온도 습도 알맞게 쾌적해서 잠이 참 잘 오더라. 사람들이 왜 기를
   쓰고 비싼 데서 묵으려 하는지를 깨달았달까. ㅜㅡ

 

 
참 독특한 건물 생김새. 천장이 엄청 높다. 저 등을 어떻게 갈까 싶은...

 

   
건물을 설계한 건축사가 궁금해지는 건물. 층층이 하나씩 자리한 객실. 앙증맞아라. ><

 

  
웅장함과 아기자기함을 함께 갖고 있는 건물이랄까. 무척 좋다! @@

 

  
객실 앞에는 이렇게 자그마한 정원도 있고, 끝에 보이는 발코니로 가면 머얼리 따알 호수의 전경이. ><

 

   
왼쪽에 보이는 계단으로 오르면 식당과 접수대 등이 나오는데, 미로처럼 오르고 내리고 하는 형태라 나처럼 길눈 어두운 사람은 
헤매기 딱 좋다. 실제로 여러 번, 올라가야 하는데 내려가고, 내려가야 할 길을 올라가면서 길 잃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고로. ㅎ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 일하시는 분들이 저 끝없는 난간을 청소하면서 훑어 내려오는데, 보기에도 참 힘들어보이더라.
하지만 객의 입장에선, 오르내리는 맛 나는, 참 아기자기 어여쁜 계단.

 

 
방마다 이렇게 독립적으로 마련된 작은 테라스가 있다.

 

  
그리고 저 멀리 보이는, 따알 호수.    

 

 
건물 안과 밖에 교묘히 걸친 수영장. 참으로 독특한 모양새. 2박3일 동안 여기서 노는 사람들 한 명도 못 봤네. 나 빼고. -0-

 

  
수영장을 지나 본관 안으로 들어가면 계단이 나오는데, 올라가면 식당과 접수대, 오른쪽 보이는 문이 별관 객실로 통하는 길.
본관 안에도 복도가 여러 개라 객실로 통하는 길을 익히는 데 2박3일을 다 보낸 듯. ㅎㅎ 거참...누가 설계했는지 새록새록 궁금한 건물.

 

   
식당. 연보라색 의자가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하얀색 내부와 잘 어울린다. 

 

  
   호텔에서 주는 아침. 미국식, 멕시코식, 필리핀식 등등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밥'이 있는 필리핀
   전통식. 마늘을 넣은 밥(필리핀 어느 식당엘 가나 밥 종류는 3가지다.-그냥 밥(plain rice), 볶은 밥(fried rice), 마늘 밥(garlic rice).
   그냥 밥이 제일 싸고 마늘밥이 제일 비쌌던 듯.)인데, 맛있다. 튀긴 생선도 맛났고, 특히 오른쪽에 노란 아이-생강인데, 새콤하게 양념
   해서 김치 같은 기분이 나더군. 그리고 삶은 달걀. 우리나라에선 이제 보기 힘든 흰 달걀이라 방가방가. 처음 밥이 나왔을 때, 너무
   조촐해 애개? 했으나 밥도 생선도 생강 반찬도, 잘 삶은 달걀도 맛나더군. 하긴, 외국에서 먹는 음식인데 뭔들 맛이 없겠냐만...ㅎㅎㅎ

 

   
   호텔 식당 창밖으로 보이는 따알 호수. 따가이따이에서 묵을 요량이라면 강추. 에스탄시아 리조트. 번화가인 올리바레즈(Olivarez)
   와도 걸어서 오갈 수 있어(왕복 30분~40분 정도) 더욱 좋았던, 참으로 어여쁜 호텔.

   (필리핀 따가이따이 / 2011년 10월 / PENTAX K-x)
  
      

 

 

 

파주 헤이리 예술 마을을 참 좋아하지만, 갈 때마다 깜짝 놀라는 것 하나는, '밥집'이 없다는 것.

이 동네 사람들은 죄다 커피하고 빵쪼가리만 먹고 사나 싶게끔 카페와 커피집만 즐비한 헤이리 예술마을. 여기서 밥집이란, 그야말로 '밥'을 파는 곳이다. 피자나 파스타로도 거뜬히 식사가 되는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무조건 '한국식 밥'을 먹어줘야 하는 나로선 양음식 즐비한 카페 골목이 달가울 리 없다. 

커피와 와플 사이에서 더욱 빛나는, 밥집 찾기 힘든 헤이리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한 밥집, 코지 하우스.                                        

강원도 산나물 전문 밥집인데 이름이 코지 하우스라니, 내용과 형식이 이리도 안맞는 집이 있을까 싶지만, 먹어 보면 코지 하우스면  어떻고 코주부 하우스면 어떠랴 싶다. 이 집의 명물 곤드레나물밥. 입맛 까다로운 채식가의 추천으로 들러본 곳인데, 백 배 감동.  

 

곤드레밥 차림. 묵직하고 기품 있는 도자기 그릇에 담겨오는 반찬들은 인스턴트는 하나도 없고 모두 직접 담가 곰삭은 것들.

특히 저 열무김치가 무척 맛나서 "좀 파실 수 없느냐" 물었더니, 안 된단다.

각종 나물들로 만든 장아찌 4총사. 간장에 절인 것인데 생각보다 짜지 않다. 각종 나물에 장아찌, 맛깔스러운 밑반찬들.

그야말로 '맛 좀 아는' 어른들의 밥상.

 곤드레밥. 어찌나 맛있던지, 먹으면서 "아 맛있다. 진짜 맛있다." 중얼거리며 먹을 정도였다.
자주 가고 싶으나 너무 멀어서 아쉬울 뿐. 서울에 분점 하나 내주시면 좋겠다.

(파주 헤이리 '코지 하우스' / 2011년 9월 / LG 옵티머스 큐)

따가이따이(Tagaytay) 지역의 따알 호수(Taal lake). 뉴욕타임스 선정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여행지 100곳' 중 하나라지.
뉴욕 타임스가 뭔데? 그래서 어쩌라고? 발끈 하면서도 은근 솔깃한 것이 또 여행자의 마음. 그래, 가자! 따가이따이로.
대개 마닐라에서 여행사 끼고 하루 훌쩍 다녀오곤 하는데, 보홀과 세부에서 일주일 동안 바다를 실컷 보았으니 이제 산을 좀 느끼자 싶어 2박3일을 묵기로 했다.
가보니 탁월한 선택. 우리나라 강원도처럼 산중턱에 자리한 마을 따가이따이. 그 산마을을 온통 둘러싼 호수, 그리고 화산. 서늘하고 시원하고 아름다웠던, 필리핀 산골의 독특한 풍경들. * 따알 호수와 따알 화산 :
수억 년 전 화산이 폭발한 뒤 길이 25km, 폭 18km에 이르는 따알호수(Taal Lake) 가 형성되었고, 1977년 다시 화산 폭발이 일어나 화산 분화구 안에 다시 작은 분화구가 생겼다. 새로 형성된 중심 분화구를 따알화산(Taal Volcano)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간간이 폭발이 일어나 화산학자들이 화산활동을 관찰하고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 中)
*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추형 화산이자 세계에서 유일한 복식(이중)화산이라고. (어느 블로그에서)

따가이따이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 따알 호수와 따알 화산.

호텔에서 세발오토바이(트라이시클) 타고 1시간 정도 산길을 꾸불꾸불 달려 내려가면, 호숫가에 닿고 이렇게 방카(필리핀 전통 배)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배를 타고 따알 호수를 건너 가야 호수 중심부 따알 화산에 닿을 수 있다. 뱃삯은 공식 1500페소.
그러나 트라이시클 기사와 미리 흥정을 한 덕에 1300페소로 땡.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 따알 화산으로 출발.
호수라고 해서 얕잡아봤다간 큰 코 다친다. 호수 둘레를 배로 한 바퀴 도는 데 무려 3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 바다라고 해도 믿을 듯.

거미 다리 같기도 하고 잠자리 날개 같기도 한 방카의 옆 날개.

따알 화산을 향해 나아가는 또 다른 방카.

그야말로 광활한, 따알 호수의 풍경.

화산에 도착하면 관광안내소가 있고, 거기서 화산 입장료(1인 100페소?)를 내고 나면 2가지 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말타고 산행(1인 500페소?)’내지는 ‘안내원 동반 산행(걸어서 오르기 450페소?)’.
따알 화산 여행은 대개들 말 타고 오르내리는데, 산행을 워낙 좋아하는 데다 가파른 산에 말 타고 오르내리는 것이 썩 내키지 않은 터라(말도 고생 나도 고생 ><) 말은 절대 안 타겠다 고 따가이따이에 가기 전부터 미리 결심한 바 있다. 가볍게 산행하고 와야지~ 화산 보고 와야지~ 룰루랄라했건만, 이거 이거...절대 안 된단다.
말을 타고 가든지, 걸어 올라가려거든 안내원을 필히 동반하든지. 산행을 좋아하고 또 자주 해왔기 때문에 혼자서도 능히 산행할 수 있다고 충분히 설명했는데, 위험해서 안 된단다. 길도 질척이고 여기저기 벼랑도 있고, 그래서 잘 아는 사람이 꼭 안내를 해줘야한단다.
음...그들의 정책이 심히 속이 빤히 들여다보인다. 관광객 한 명당 말로 벌어들이는 수입(마부 팁도 따로 줘야 한다.
@@)이 얼만데, 그걸 눈 앞에서 놓치겠는가. 에휴, 그래. 남의 나라 좋은 풍경 좀 보겠다고 여행을 왔으니 지갑 열자, 열어.
그래서 타게 된 말. 다섯 살짜리 암말인 이 녀석, 화산 트래킹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제 내키는 대로 왔다갔다 하고, 걷다가 맛난 풀에 코박고...보고 있으니 웃음이 슬몃. 그리고 마부. 열아홉 살이란다. 생소해서 이름은 가물가물.

이렇게 호수를 뒤로 하고 완만한 산등성을 말 타고 오르면

화산 정상 가까이 말도 쉬고 마부도 쉬고 여행자도 쉬는 움막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드디어 따알 화산.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

여전히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라, 1년에 몇 차례씩 따알 화산 입산 금지령이 내려지곤 한다. 내려다보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유황 연기가 보일 정도. 아으 내려가 보고 싶어라. @@

화산 언저리에 살고 있는 아깽이들.

내려오는 길에 말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이 땅을 말 잔등 위에서만 보내기는 너무 아쉬웠기에. 덕분에 쉴 수 있어 함께 신난 마부와 말.

돌아오는 배 안에서 본 호숫가 풍경.

(필리핀 따가이따이 / 2011년 10월 / PENTAX K-x)


양꼬치를 처음 먹다.
5년 전인가, 타이완 가오슝으로 출장을 갔을 때였는데, 함께 갔던 이들 중에 중국에서 몇 년 동안 공부하고 돌아온 남자가 있었다.
음식 맛있는 타이완에서도 미식 천국으로 유명한 가오슝이었던지라 끼니마다 훠궈니 딤섬이니 맛난 음식들 찾아다니는 게 일이었는데,
어느 날 그가 밥 먹으면서 중국 유학 시절 이야기를 해주었다. 별 내용은 없었고 '몇 년 동안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허구헌날 술 먹고 놀았다'는 이야기였는데, 그 중에서도 귀에 착 달라붙은 단어가 있었으니, 바로 촬. 중국어로 양꼬치란다. 한자로는 어찌 쓰는지 모르겠으나, 여하튼 이노무 '촬(양꼬치)과 피주(맥주)' 덕분에 중국 생활 몇 달만에 9kg이 쪘다나 10kg이 쪘다나. 그러면서도 후회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는데, 그는 그저 한국에 돌아와서 제일 아쉬운 것이 '촬'을 더 이상 먹지 못하는 것이라 했다. 촬 때문이라도 다시 중국에 가고 싶다나. 대체 그노무 촬, 양꼬치가 어떤 맛이기에? 싶었으나 호기심은 그때뿐.
그러다 드디어 먹게 되었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를 만나는 욱을 쫄레쫄레 따라 나섰는데, 알고 보니 그 고향 친구는 양꼬치 마니아. 덕분에 생전 처음으로 양꼬치라는 걸 구경했다. 중국 이주민들이 많이 살아서인지 영등포역 근처에만 양꼬치집이 예닐곱? 군데나 되고, 그중에서도 청도 양꼬치, 호우 양꼬치 등이 유명했으나 이 집은 '조은 양꼬치'란 곳이다. 사실 처음 목표는 청도 양꼬치였으나 문을 닫아서. 얼결에 들어간 집이라도 괜찮았던 것이, 생고기로 나오는 다른 곳과 달리 매콤하게 양념 발라 나와서 굽기가 편했고, 중국식 땅콩과 무장아찌가 맛있더군. 그리고 양꼬치집만의 독특한 밑반찬(?) 통마늘 무한 리필. 양꼬치도 양꼬치지만 사실 더 좋았던 것은 닭똥집! 회를 먹을 때도 정작 주요리인 생선회보다는 멍게, 낙지, 소라 같은 요런 '스끼다시'에 더 환장하는 '주변부의 입맛'을 가진 탓에 '마이너 메뉴'인 닭똥집에 더 꽂힌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아무튼 매콤한 양꼬치에 칭따오를 들이붓다 보니, 타이완에서 '양꼬치에 환장해 10kg이 쪄버렸다!'며 절규하던 그 남자의 심정이 살짝 이해가 가긴 하더라. 중독될 듯한, 독특하게 묘하고 자극적인 양꼬치의 맛. 거기다 통마늘 구워 먹는 재미.

왼쪽부터 차례대로 통마늘, 닭똥집, 양꼬치. 사실 양꼬치는 맨 오른쪽에 두 줄뿐이고 가운데 오동통한 꼬치는 모두 닭똥집이다.
양꼬치는 이미 거의 먹어버린 상태. 숯불 위에 2층 철판이 있어 아래층에서 얼추 구워진 꼬치를 2층으로 올려 따땃하게 먹는 구조. 
독특한 양꼬치 철판 구이. 양갈비, 양꼬치 두 종류가 대센데 양갈비는 노린내가 좀 나는 편이라 양꼬치가 훨씬 먹을 만했던 듯.
1인분(꼬치 10줄) 9천원?

(조은 양꼬치 / 20111년 10월 / LG 옵티머스 큐)

보홀해상투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보홀육상투어. 보홀이 꽤나 큰 섬이고 볼거리들이 상당히 많은 터라 여행자 혼자서 택시 타고 다니기는 힘들기 때문에, 대개 예닐곱 군데의 볼거리를 한데 묶어 봉고차(?) 타고 휘리릭 다니는 육상투어들을 많이 한다. 나 또한 보홀 가기 전 미리 육상투어를 예약했는데, 약속했던 9시에 칼같이 리조트로 데리러 와준 현지인 가이드 덕에 편히 보홀의 구석구석을 즐길 수 있었다.
육상투어 프로그램은 '안경원숭이(타르시어) 보호숲-초콜릿 언덕-흔들다리(행잉브릿지)-로복강 투어(배 위에서 강 보며 점심 먹기)-바클라욘 교회(보홀에서 가장 오래 된 가톨릭 성당)-혈맹기념비'로 이어지는데, 총 관광 시간은 5~6시간 정도.

제일 먼저 들렀던 안경원숭이 보호숲. 타르시(Tarsiers)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로, 여우원숭이와 원숭이의 중간형이란다.
옴마나, 쟤 봐. 너무 작고 여리여리해서 귀엽다기보다 안쓰러움이 먼저 솟아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 타르시어.
보호숲 구석구석에 저렇게 나무를 움켜쥔 채 살고 있다.

요다다! 아마도 스타워즈의 요다는 분명 타르시어가 모델일 게 분명해.

저 가늘고 앙상한 발가락. 쥐를 닮은 꼬리. 살짝 무섭게 생긴 것도 같은데, 아마도 쟤 보기에는 내가 훨씬 무섭게 생겼겠지.

크기도 생김새도 저마다 다른 타르시어들. 건강하고 행복하렴. 아프지 말고. 안경원숭이 보호숲은 입장료가 없는 대신 숲 여기저기에 기부함이 놓여있다. 세 번인가 네 번 정도 기부함에 동전을 넣은 듯.

초콜릿 언덕 : 높이가 대부분 30~50m인 일정한 모양의 작은 언덕이 무려 1268개나(!) 옹깃꽁깃 솟아있는 보홀 최고의 자연 명소.
카르멘 지역에 있어 원래 '카르멘 언덕'으로 불렸으나 점령했던 미군인가 머시긴가가 어느 날 여기 보러 왔다가 "뭐야? 초콜릿 닮았잖아? 초콜릿 언덕이라고 해~ 씨바-" 해서 초콜릿 언덕으로 바뀌었다고. 키*스 초콜릿 닮았다고. 하여간 미국넘들...ㅡㅡ

날이 흐려 시야가 좋지 못해 아쉬울뿐. 저렇게 둥글둥글한 언덕들이 1268개 움찔움찔 솟아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사실 보홀에 꼭 가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 초콜릿 언덕 때문.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는 없고, 오직 보홀에서만 볼 수 있는, 보홀만의 신비.

개중에는 이렇게 산처럼 뾰족한 아이들도 있다. 아직 완전한 건기가 아니어서 언덕들 색깔이 녹색이 대부분인데, 11월 이후부터는 풀들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정말 초콜릿 흩뿌려놓은 것 같다고 하니 ><

좋아, 좋아. 예쁘다. 저 동글동글한 것들. 아쉬운 것은, 그냥 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 언덕에 올라갈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화들짝 놀라는 현지인 가이드. 안 돼요, 하면서 난처하게 웃더라. 하긴, 오를 구석이 없어보이기는 하다. 주루룩 미끄러질 듯.

로복강 위에 위태롭게 걸린 흔들다리. 행잉브릿지.
다리보다도 저 강의 풍경이 좋아서 마음에 들었던 곳.

어느 나라에 가나 이런 거 꼭 하나씩 있다. ㅎㅎ
별 거 아니지만 그래도 안 건너면 서운한. 나 또, 요런 휘청휘철 아찔아찔한 것들 상당히 좋아하므로, 볼 것도 없이 냉큼 건너는데, 어라? 생각보다 더 흔들리고 '다리'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상당히 부실하다.

바닥 좀 보게. 대나무로 대충 얼기설기 엮은 데다 군데군데 크게 빈 곳도 많다. 발 작은 꼬맹이들, 여차 하면 빠지기 좋은.
옆 난간도 그닥 촘촘하지 않아서 발을 삐끗하면 옆으로 쑥 미끄러져 내려갈 수도 있겠어. 이 사람들, 아쌀하네. ㅎ

뭘 저렇게 무서워하며 걷나, 싶었는데 냉큼 건너고 와보니 저 강의 깊이가 무려 12미터! @@ 몰랐으니 망정이지 알았더라면 그렇게 폴짝폴짝 방정맞게 못 건넜을 듯.
연암 박지원 선생의 '일야구도하기'와 원효대사의 해골물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

보홀육상투어의 절정인 로복강 투어.
12시쯤 배에 올라 차려진 뷔페로 밥을 먹고, 현지인 악사들의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유유자적 강을 유람. 강이 참 좋더이다.

저렇게 생긴 배를 타고 둘러앉아 밥을 먹으며 강을 구경하는 사람들.

파도 치는 바다가 아니라 강 위를 흐르는 배여서 그런지, 마치 수공예품처럼 대나무로 짠 배의 천장. 필리핀 전통 배의 형식일까나.

배 바닥. 달랑, 대나무 한 겹 있다. ㅎㅎ 역시 아쌀하구마. 대나무 틈사이로 보이는 강물.

산과 강이 똑같이 녹색으로 푸르러 보는 내내 눈과 마음이 함께 시원했던 로복강.

바클라욘 성당(Baclayon Church).
1595년에 지어져 보홀에서는 가장 오래 되고 필리핀 전체를 통틀어 두 번째로 오래된 석조 건물이라고.
어디서 보니 또 필리핀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라고도 하는데, 확실히 푸르스름하게 돌이끼 낀 내부가 4백년 역사를 말해주더군. 그러나 건물 외부는 언뜻 보기에 성당 같지 않고 그냥 낡은 건물같아서 예쁘지는 않더라.
건물 자체만으로는 로복 교회가 훨씬 교회답게 예쁘더군. 필리핀의 성당들은, 같은 가톨릭이라 해도 유럽의 성당들과는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실내장식의 차이겠지. 그 어떤 숭고한 종교라도 토착문화와 현지인들의 미적 감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으므로.

혈맹기념비(Blood Compact).
1565년에 보홀의 추장 시카추나와 스페인 초대 총독 레가스피가 두 나라 사이의 우호조약을 맺으면서 각자의 피를 섞어 마셨다고.
아시아인과 서양인이 맺은 최초의 국제 조약으로서 의미가 있어 유적으로 기념하고 있는데, 이거 뭐... 저 잡아먹으러 온 사자하고 친구 먹었다며 좋아하는 양도 아니고... 같은 식민지를 겪은 처지이면서도 필리핀과 우리나라가 스페인과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 자못 궁금할 뿐.
아마도 '가톨릭' 때문이 아닐까. 식민지배를 했다고 필리핀을 죽자고 미워하기에는 이미 필리핀을 잠식해버린 종교의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리고 스페인의 식민통치는 일본만큼 가혹하거나 집요하지 않았을지도. 생각난 김에 스페인 통치기의 필리핀에 대해 공부 좀 해봐야겠다.

(필리핀 보홀 / 2011년 10월 / PENTAX K-X)

보홀비치클럽(Bohol Beach Club). 가기 전에 사람들이 하도 보홀비치클럽, 보홀비치클럽 하기에 대체 그게 뭔데! 했는데, 가보니 역시 유명할만 하더군. 보홀비치클럽은 리조트 이름이고, 그 리조트 소유인 바다에서 놀려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물론 리조트에서 묵는 사람은 공짜. 평일 입장료 350페소(우리 돈 약 9000원 / 주말은 500페소) 내고 들어가서 몇 시간 놀고, 저녁까지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그 따뜻하고 잔잔한 바다를 뒤로 하고 돌아오는 길이 어찌나 아쉽던지. 다음에 보홀 가게 되면, 하룻밤 정도는 꼭 묵어보리라 결심.

잔잔하고 따뜻한 바다, 넓디 넓은 백사장.

참으로 잔잔하고 한적하고 예쁜 바다. 그 바다 위에 둥둥 떠서 바라본 하늘은 또 어찌나 평화롭던지.

걷어오고 싶었던 저 해먹.

보홀비치클럽의 저녁놀.

그러나! 내가 묵었던 곳은 보홀비치클럽이 아닌 작고 싼 리조트. 보홀 3박 4일 동안의 베이스캠프 파라가요 리조트.

리조트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으로 직접 예약하면 더블 하룻밤 1300페소. 우리 돈으로 약 35,000원.

'리조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고 풀빌라 럭셔리, 뭐 이런 거 상상하면 곤란하다. 게스트하우스 독실 정도 생각하면 딱.

필리핀이 물가 대비 비싼 숙소로 워낙 악명이 높다더니, 그 말이 정말이더군. ㅜㅜ

너무 낡아 징글징글한 에어컨 소리에 번번이 잠 설쳤던 생각에 다시금 후덜덜하지만, 그래도 이곳이 좋았던 이유는 예쁜 정원과

수줍고 친절한 직원들, 알로나 비치가 걸어서 3분 거리라는 것, 그리고 보홀이라는 이유 그 자체. 

파라가요 리조트 마당.

수용소? 아니고 리조트 방이다. -0-

방 앞 베란다? 

방 앞 마당. 지나가다 보든지 말든지, 좁은 방이 답답해 저렇게 문 열고 지냈다.

방 안. 그야말로 딱! 있을 것만 있다. 커다란 침대 하나, 욕실, 침대 양 옆으로 조그만 탁자 하나씩, 그리고 구석탱이 선반과 에어컨.

방문 열자마자 깜짝 놀랐던, 저 기묘한 구도. 손바닥만한 텔레비전, 그 밑에 앙큼하게 숨은 금고, 깜찍하게 털털거리는 선풍기. @@
작고 허름하고 낡았지만 그래도 깨끗했던, 보홀 파라가요 리조트.
   
(필리핀 보홀 / 2011년 10월 / PENTAX K-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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